컬링 믹스더블 김지윤-문시우, '비실업팀의 기적' 쓰다

박장식 2021. 4.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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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연맹 소속 두 선수, 경북체육회 꺾고 태극마크 달아..5월 선수권 출전

[박장식 기자]

 17일부터 18일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국가대표에 오른 경기도컬링경기연맹 (왼쪽부터) 문시우 선수와 김지윤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 박장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믹스더블 컬링 선수들이 또 '비실업팀의 기적'을 썼다.

17일부터 18일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문시우-김지윤 선수 조가 경북체육회 장혜지-전병욱 조를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지윤 선수와 문시우 선수는 3전 2선승제로 마련된 이번 대회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이들은 지난해 각각 의정부고와 송현고를 졸업한 스무 살 선수들이다. 2020 로잔 유스올림픽에 출전한 전력은 있지만, 실제 성인 무대에서 활약했던 이력은 없었다. 두 선수는 5월 중순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설왕설래 끝 열린 대회

이번 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말 믹스더블 대표팀이 공석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한국선수권을 통해 국가대표 자리를 가져간 경북체육회 장혜지-성유진 조가 해체된 것. 성유진 선수가 국가대표를 사임하며 강원도청으로 이적했고, 장혜지 선수가 혼자 팀에 남게 되었다.

장혜지 선수는 청주 봉명고등학교 출신의 동갑내기 전병욱 선수를 영입해 계속 팀을 이어갔던 상황. 이를 두고 국가대표를 새로 선발하거나 후순위에 승계할지, 또는 4인조 컬링 기준 한 명의 선수가 퇴단해도 국가대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따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한컬링연맹은 새로 결성된 팀을 국가대표가 아닌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2순위, 즉 상비군에 준하는 위치였던 송유진-전재익 조에 국가대표 자리를 승계하려 했으나 송유진 선수가 팀을 퇴단하면서 이 역시 무위가 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새로 치르기로 한 것. 

연맹은 반 년만의 국내 공식대회를 2020 한국선수권대회의 연장선으로 치렀다. 이에 따라 참가가 가능한 팀도 한국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던 경기도컬링경기연맹 김지윤-문시우 조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해당 팀이 장혜지-전병욱 조와 이틀간의 열전을 펼쳤다.

호각세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셧아웃'
 
 17일부터 18일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문시우 선수와 김지윤 선수 조와 경북체육회 장혜지-전병욱 조가 경기를 치르고 있다.
ⓒ 박장식
 
경북체육회 장혜지-성유진 조와 경기도연맹 김지윤-문시우 조는 지난해 한국선수권대회 예선에서 만났던 적이 있었다. 당시의 결과는 8-4 스코어로 경북체육회의 승리였다. 하지만 팀을 그대로 이어온 김지윤-문시우 조와는 달리 팀원이 바뀐 장혜지-전병욱 조가 불리하다는 예측도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17일 열린 1차전부터 김지윤-문시우 조가 6-4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것. 양 팀은 4엔드까지 한 번씩 점수를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경북체육회가 6엔드 이후로 두 번의 스틸을 내주며 기세가 기울었다. 특히 7엔드에는 점수 회복을 위해 파워플레이를 신청했음에도 한 점을 뺏기는 실수를 범하면서 자멸했다. 

2차전에서도 경북체육회가 중반부터 실수를 연발했다. 4엔드와 5엔드 경기도연맹에게 두 점을 헌납하는 스틸을 내준 것. 6엔드 경북체육회가 석 점을 만드는 빅 엔드로 쫓아갔지만, 7엔드 스틸을 노리던 상황에서 문시우 선수가 A팀 스톤을 트리플 테이크아웃하며 득점을 저지해 경기를 뒤집는 상황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결국 8엔드까지의 스코어는 6-6. 경기는 연장전까지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도 두 팀은 셧아웃과 3차전으로의 불씨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경북체육회 장혜지 선수의 스톤이 1번 스톤에 위치했지만, 상대팀 스톤에 가까이 붙는 데 실패하며 상대 스톤의 방향에 따라 결과가 결정될 상황이 왔다.

그 때 경기도연맹 김지윤 선수의 라스트 스톤이 정확하게 경북체육회의 스톤을 쳐내며 1번 스톤으로 자신의 스톤을 밀어넣었다. 최종 스코어는 8-6. 김지윤, 그리고 문시우까지 두 명의 선수가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티켓을 얻어내는 순간이었다.

청소년 올림픽 대표 경험... '진짜' 올림픽 티켓 노린다

의정부고등학교 출신의 문시우 선수와 송현고 출신의 김지윤 선수는 2020년 로잔에서 열린 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 같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해당 경기에서 4인조 혼성 컬링, 믹스더블에 출전해 좋은 기량을 펼치기도 했다.

더욱이 선수들은 실업팀 대신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 팀에 입단했던 상황. 이번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면 끝나는 일회성 성격이 짙은 자리이지만 선수들에게는 더욱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 선수는 "이렇게 실업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어 영광이다. 우리도 오랫동안 한 팀으로 뛴 것이 아니어서 경기가 어려웠지만, 고등부도 같이 신경써주신 코치님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라며 "스코틀랜드에 가서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티켓까지 얻어내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문시우 선수도 "서로 믿고 기본에 충실했던 덕분에 이겼다"면서, "경기도컬링경기연맹에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승리한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 목표는 메달권"이라며 "세계선수권에서 활약해 믹스더블 실업팀까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선수들을 지도했던 이혜인 코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갓 일반부 선수가 되었는데, 젊음의 패기로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아직 많이 배워야 할 선수들이니만큼 작전 등의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도록 하겠다"고 지도 계획을 밝혔다.

선수들은 5월 중순부터 스코틀랜드 에버딘에서 열리는 믹스더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데, 준비 기간동안 같은 '비실업팀의 기적'을 쓴 경기도연맹 남자팀,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등 선배 4인조 선수들과 연습을 이어가며 실전 경험을 쌓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는 20일에는 여자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팀 킴' 선수들과 동반으로 국가대표 출정식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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