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속 '노마스크' 제니..'방파라치'에 곧장 신고 당했다

편광현 2021. 4. 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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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제니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니는 지난 14일 파주시의 한 수목원에서 찍은 사진을 '나들이'라는 글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사진 속 제니와 스태프로 추정되는 2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6개의 아이스크림을 가운데로 모아 찍은 다른 사진도 있었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방역수칙 위반'이라며 제니의 행동을 지적하는 댓글을 달았다. 수목원 측은 "제니는 업무(유튜브 촬영)상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 시민은 "유튜브 촬영은 사적 모임의 예외가 아니다"며 제니를 신고했다.

지난 14일 제니가 수목원에서 찍어 본인의 SNS에 올린 사진. 게시물 중 일부에는 마스크를 쓴 사진도 있었다. 19일 기준 제니는 논란이 됐던 스태프들과의 '노마스크' 사진, 아이스크림 사진 등은 삭제한 상태다. 사진 제니 SNS

파주시 관계자는 19일 "유명인의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예민하신 시민들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관련 민원 내용을 알아본 뒤 절차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등에 따르면 여러 지자체는 방역수칙 위반을 신고하는 '방파라치'(방역 수칙+파파라치)의 신고를 받기 위해 24시간 상시 근무자를 별도로 두고 있다.


'방파라치' 된 시민들
지난 2월엔 가수 지드래곤이 서울의 한 길거리를 걸으며 흡연하는 사진이 포착돼 서울시에 신고가 들어갔다. 사진 속 지드래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같은 달 tvN 드라마 '여신강림' 배우들은 제작진 100여명과 함께 마스크 없이 찍은 단체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신고됐다. 이후 제작진은 "마지막 기념사진 촬영에 잠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며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월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월 방송인 김어준씨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6명의 스태프와 대화하는 사진이 찍혀 방역수칙 위반으로 서울시에 신고당했다. 지난 3월 서울 용산구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장경태 더물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은 식당에서 술을 마신 장면이 포착돼 신고됐다. 마포구는 김씨의 모임에 대해 "방송을 위한 예외사항에 해당한다"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고, 용산구는 이 전 최고위원과 장 의원 등에 대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했다.


"나는 안 되고 유명인은 되나?"
제니의 노마스크 사진 등 유명인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정모(33)씨는 "좋아하던 제니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들이'라고 올린 사진을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황모(29)씨는 "나는 안 되고 유명인은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던 중이었더라도 사진 촬영은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모(28)씨는 "연예인이 촬영 중에 충분히 당시 사진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원 신고는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다만 길어지는 방역으로 시민들이 지치고 화나 있는 것 같다. 5인 이하, 노마스크 과태료 등 방역수칙의 기준이나 기한을 다시 검토해 불만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 종영 후 배우 차은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단체 기념사진.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인스타그램 캡처



"'4차 유행' 피로감에 불만 표출"
전문가들은 "방역 수칙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노마스크' 과태료 등 조치에도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불만이 아주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시민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인기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본다면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태근 문화평론가는 "감염병 문제가 최대 현안인 상태에 유명인들은 방역수칙 위반은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 특히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명인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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