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찾아간 예술단체들 "고용차별을 멈춰라"

김동규 2021. 4. 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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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 위한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김동규 기자]

 19일 광주시립극단 대책위와 예술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광주시립극단 대책위 관계자
 
"예술인도 노동자다. 우리도 일하니까 계약서, 아프니까 보험이다."

19일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예술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책위는 지난 2020년 광주문화예술회관 산하 광주시립극단의 <전우치> 공연 과정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노동인권 침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광주의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결성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두 달간 진행된 <전우치> 공연 과정에서 배우 13명 중 4명이 신체 부상을 입었으며 조연출과 배우들이 폭언과 성희롱에 노출됐다. 시립극단 무대감독은 부상 직후 수술을 결정한 배우 A씨에게 "그러게 살을 좀 빼지 그랬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책위와 예술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 "산하 예술기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 실패를 인정하고 추후 같은 문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광주광역시장에게 권고해달라"고 요구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광주시립극단 장도국 배우는 "긴 침묵을 뚫고 나오는 첫 마디는 언제나 절박함을 담고 있다"며 "오늘 이 진정을 통해 인권위가 광주시립극단의 고용차별, 노동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전국 공공예술기관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동권 문제 개선을 촉구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장 배우는 <전우치> 공연 당시 조연출로 작품에 참여한 후 지난해 8월부터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에 힘써왔다.

장도국 배우는 이번 사건의 핵심 키워드로 '작품별 단원제'를 제시했다.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시립극단 단원들이 매번 작품별로 오디션을 보고 '작품 참여' 여부를 결정받는다는 것. 장 배우는 "'작품별 단원제' 때문에 단원들이 다음 작품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을 비롯한 각종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번 국회 내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되어야"
 
 광주시립극단 문제와 관련해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대책위 관계자
ⓒ 광주시립극단 대책위 관계자
 
지난해 10월에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질의를 받은 임승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은 "(조연출과 배우들이) 비상임단원에 해당한다"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사건 조연출과 배우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광주시와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회관 측은 오는 22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레옹세나 레나> 공연과 관련하여 선발된 단원들에게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관련 기사 : 광주문화예술회관, 국회 지적에도 근로계약 체결 거부했다 http://omn.kr/1s7se)

장도국 배우는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사과문 발표, 가해자에 대한 경징계를 이행한 후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작품별 단원제'는 유지하여 매번 새로 선발한 예술인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공연 예술인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에서 멈추지 않고, 권리도 지위도 없는 유령 단원을 만들어내는 '작품별 단원제'를 손봐야만 이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장 배우는 또 "예술인에 대한 고용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이번 국회 내에 제정되어야 한다"며 "우리 예술인들이 표현의 자유가 있고 차별과 혐오, 성희롱과 성폭력이 없는 안전하고 공정한 창작 환경에서 직업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예술 활동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정윤희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지난해 10월 광주시 공식기관인 인권옴부즈맨에서 인권침해 판정을 했음에도 현실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뭘 더해야 하냐'라고 이야기하는 광주시에 인권위까지 찾아온 우리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근 광주시립극단 외에도 예술인들에게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예술기관들이 있다. 파주시립예술단 여성 단원들은 뮤지컬단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직후 파주시에 의해 해고되었다. 이들은 현재 인권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남도립국악단은 '재위촉' 평가를 통해 일부 단원들을 예술단에서 해촉시켜 "예술감독이 월권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거세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한국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문화연대, 광주청년유니온, 창작그룹 MOIZ, 예술인소셜유니온, 광주여성민우회 등 16개 단체가 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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