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울타리 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법원 4차 명도집행 불발
“쌀 들어갑니다. 문 열어주세요.”
19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앞에서는 택배기사가 손수레를 이용해 쌀 50㎏이 담긴 박스를 교회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교회로 향하는 골목길 곳곳에는 트럭들이 뒤엉켜 주차돼 있었고 교회 앞에는 철골구조물이 세워졌다. 철제 출입문 안쪽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경계초소가 자리 잡았다. 기자가 다가가자 남성 2명이 초소에서 나와 접근하지 말라는 의미로 손을 내저었다. 4차 명도집행(강제철거)이 취소된 이날사랑제일교회 일대에서 교회 관계자들은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
강제철거 맞서 요새화된 사랑제일교회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예정됐던 사랑제일교회의 명도집행을 서울북부지법 집행관의 요청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교회 내 신도들이 다수 있다 보니 법원 측에서 혹시 모를 충돌사태를 우려해 명도집행을 취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명도집행은 당초 오전 9시 30분에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6시로 한차례 변경됐다가 결국 취소됐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교회 안에 교인들이 많아 집행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조합 측에서 집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에 찾은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예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철제 구조물로 인해 출입은 차단됐지만, 교회 건물 쪽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찬송가를 부르는 교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출입문 근처에 있던 교회 관계자는 “매일 새벽 기도회와 오전과 오후에 걸쳐 총 세 차례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며 “출입명부를 대조하면서 교인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인근 곳곳에는 ‘죽음으로 교회를 지키겠다’ ‘깡패용역 배불리는 강제집행 즉각 중단하라’ ‘믿음을 불신으로 만든 조합 인정 못 해’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
4차례 강제철거 모두 무산돼
재개발이 예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장위10구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보상문제를 마무리하고 이곳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합의가 안 돼 철거에도 반대하고 있다. 교회는 보상금으로 563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보상금은 82억원이다.
지난해 5월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광섭)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재개발조합 측은 세 차례에 걸쳐 강제철거를 시도했지만, 교인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26일 3차 명도집행에선 교인들이 서울북부지법 집행인력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화염병을 던지거나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며 저항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교회 관계자 3명은 지난달 특수공무집행방해·화염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
“전광훈 목사 탄압과 교회 철거에 맞설 것”
이날 교회 앞에서 만난 교인들은 정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대문구에서 왔다는 80대 여성은 “어제 유튜브에서 교회를 강제철거한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아침 4시 반부터 집에서 나와 교회에 왔다”며 “이 교회 교인은 아니지만, 정부가 전광훈 목사를 탄압하고 교회 철거를 밀어붙인다기에 교회를 지키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다”고 말했다. 자신을 교인이라고 소개한 70대 여성도 “이제 정부가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수가 없다”며 “강제철거 시도가 계속되는 한 교회를 지키기 위한 저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는 지난 5일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성북구청이 교회를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우리 교회가 재개발 지역인 장위10구역에서 자체적으로 헐거나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사업지역으로 분리돼 있는데도 서울시, 성북구, 재개발조합 3개 기관이 저를 속였다”고 밝혔다. 이어 “성북구청에서 우리 교회가 재개발지역에 빨리 합류하지 않은 걸 빙자해 20억원 벌금을 부과하는 등 탄압이 있었다”며 “그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빙자해서 우리 교회를 대한민국에서 범죄집단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하늘, 김창열에 분노 "동생 생활고 시달려…이젠 다 깐다"
- "1·1·4 찍고 문프 지키자" 여당전대 흔드는 극렬문파 '황당 족보'
- 다리 꼰 미국 옆에서 일본도 감시했다…중국 랴오닝함의 또다른 굴욕
- 접종 시작 후 확진 3배 급증…中백신 믿은 칠레 뼈아픈 실수
- AZ 맞은뒤 사지마비, 이번엔 건강했던 40대 간호조무사
- 먹던 국물 육수통에 '쪼르륵'…딱 걸린 부산 60년 '안심식당'
- 연주뒤 옷 발가벗고 "자유!"…괴짜 피아니스트의 괴짜 음악
- 아빠가 친딸 10년 성폭행…신고한 딸 죽자. 아빤 발뺌했다
- 출근길 마스크 벗었다...이스라엘 382일만의 자유
- 20대는 동진시장, 60대는 망경암 많이 갔다…거기가 어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