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범잡'에서 배우는 사과문의 정석

김초혜 2021. 4. 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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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제대로 된 사과문은 없다.
tvN ‘알쓸범잡’

체육계 폭력, 학교 폭력, 성폭력, 뒷광고, 막말 등에 대한 사과문이 눈에 띄는 요즘입니다. 언뜻 보면 정중해 보이는 사과문을 한 문장씩 뜯어보면,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범죄 심리학자 박지선은 잘못된 사과문에 대해 ‘알쓸범잡’에서 이야기합니다.

「 NOPE!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
tvN ‘알쓸범잡’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자와 가해자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사과문 안에서 가해자가 본인의 의도를 강조하는 일은 변명과 다름없죠. 비슷한 말로는 “일이 이렇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가 있습니다. “나는 의도하진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라는 뜻입니다. 범죄 심리학자 박지선은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문장으로, 본인 책임이 없다고 밝히는 전형적인 회피형 문구다’라고 덧붙입니다.
「 NOPE! “저는 훈육 차원에서 한 말이 상처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 」
훈육 차원이라는 말은 범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들이 “처벌이 아니라 훈육이었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범죄의 의도를 정당화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축소하는 표현입니다.
「 NOPE! “무엇보다 제 잘못이 큽니다” 」
“(다른 상황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나의 잘못의 비중이 크긴 큽니다”라는 속뜻이 숨겨져 있습니다.
「 NOPE!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
가해자이지만 본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사과문에 언급하는 건 완벽한 변명입니다.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는 말 덧붙이는 것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는 돌려서 피해자와 사과문을 보는 이에게 “나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죠. 심리학자 박지선은 “‘사과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뭔가를 해라 말아라’ 이런 표현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 NOPE! “제 작은 실수로 큰 오해가 생긴 것 같아 죄송합니다” 」
오해는 ‘그 뜻을 잘 못 앎’이란 뜻입니다. 가해자가 본인의 잘못을 실수라고 표현한다면 피해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상대방은 잘못이 없는데, 내가 오해해서 이렇게 되었나?’ 자책할 수도 있겠죠. 가해자가 본인의 명백한 잘못을 축소해서 이야기하며 실수라고 말하는 건 2차 가해가 될 수 있습니다.
tvN ‘알쓸범잡’

좋은 사과문에는 간결하고 정확한 상황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과문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고, 언제, 어디서 또 누구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우선입니다. 다음엔 본인이 얼마만큼 반성하고 있고, 어떻게 책임질 건지 밝혀야 하죠. 긴 핑계를 덧붙인 사과문보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란 한 마디가 분명 더 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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