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한 '철강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랠리 더?

김기진 2021. 4. 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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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에 봄이 찾아왔다.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며 철강 수요가 늘어나자 주요 철강 기업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한다. 지난해 부진에 시달리던 모습과 대비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상승 기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경기 회복 기대감,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철강주가 강세를 보인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부진

▷포스코 사상 첫 분기 적자

2020년 철강 기업 대부분은 실적이 부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얼어붙은 탓이다. 자동차, 조선, 건설, 가전 등 철강을 기초 소재로 활용하는 주요 산업이 침체되며 철강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 기업인 포스코가 2020년 2분기 영업손실(개별 기준) 1085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낸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충격에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기업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포스코는 4월 12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조9969억원, 영업이익은 1조5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98%, 120%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1조5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비해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20.6% 높다”고 설명했다.

주가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4월 14일 33만8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 이후 상승률 24%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1년 안에 40만~47만원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제시한 현대제철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753억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730억원의 2.5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동국제강도 1분기 영업이익 746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32.7%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종목 역시 주가가 상승세다. 현대제철은 4월 14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20.1% 올랐다. 동국제강은 연초 8000~9000원 사이에서 움직이다 3월 1만원대 진입해 4월 14일 1만9000원까지 뛰었다. 올 들어 무려 118.9% 급등했다.

세아베스틸은 2020년 3분기와 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2020년에는 영업손실 33억원을 냈으나 올해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량 회복에 힘입어 2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가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4월 14일 종가는 1만9850원이다.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종목도 강세다. 4월 14일 기준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이 각각 69.6%, 76%다.

▶경제 정상화에 반등

▷중국 감산 정책도 힘 실어줘

철강 업황이 반등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전방 산업이 활기를 띤다. 일례로 영국 조선·해운 전문 시장조사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5만CGT다. 2020년 1분기 발주량인 413만CGT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150만CGT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0년에 비해 54%가량 큰 수치다. 당초 전망치인 2380만CGT와 비교해 32%가량 늘었다. 건설,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산업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철강 제품 가격 상승 역시 실적과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유통 업체에 판매하는 열연강판 가격을 t당 7만원 올린 뒤 올해 1월 8만원, 2월 10만원, 3월 5만원을 각각 인상했다. 현대제철도 올해 1분기에 t당 열연 25만원, 냉연 18만원, 냉연도금재 15만원씩 각각 가격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철강 업종이 당분간 상승 기류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며 철강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가 17억93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보다 4% 증가한 수치다.

주요 국가가 경기 부양책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탠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후 추가로 2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노후한 미 전역의 도로·교량·항만을 재건하는 데 6210억달러, 200만가구 이상 서민 주택 건설에 2130억달러, 제조업에 3000억달러 등을 책정했다.

미국 의회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인 법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 법을 토대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재에 수입 규제 행정 명령을 내렸다.

국내 철강 기업은 2018년 무역확장법 시행 당시 법안 적용 대상 국가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철강 관세 면제권을 주는 대신 3년간 수출 평균 물량의 70%까지만 수출할 수 있도록 쿼터제를 부과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 협력 체제를 강조해온 만큼 쿼터제를 비롯해 전임 정부에서 시행한 규제 조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 감산 정책 역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내 최대 철강 생산 지역인 탕산시에 있는 23개 철강 기업 중 7곳의 생산량을 상반기에 50%, 하반기에 30%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규제를 발표했다. 탄소 배출 감축이 목적이다. 중국 철강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면 제품 가격이 오른다. 국내 철강 기업이 중국산 제품과 저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 정부가 증치세(부가가치세의 일종) 환급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예의 주시할 만한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철강 제품을 수출할 때 부과하는 증치세를 환급해준다. 환급률은 평균 13%인데 업계에서는 조만간 중국이 환급률을 대폭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철강재 중 열연, 후판, 철근 등 기초 제품 증치세 환급률은 0%로 줄여 세금 감면 혜택을 아예 없애고 냉연이나 아연도금 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환급률은 4%로 내릴 전망이다. 그간 철강 업계는 중국 기업이 증치세 환급을 등에 업고 제품을 싸게 공급해 글로벌 철강 가격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해왔다. 환급률이 낮아지면 중국 기업은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한다.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 산업에 악재였던 중국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있다. 중기적으로 철강 업종 주가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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