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3번 맞고.. 하루 2번 중태 빠지고.. 백신사고 속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백신 관련 사건·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30대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을 숨기는 수법으로 2종의 백신을 세 차례나 맞았다가 보건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에서는 의료진 실수로 1, 2차 접종에 각각 다른 백신을 혼용하거나 하루 사이에 백신을 두 차례나 접종했다가 피접종자가 쇼크에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홍콩 보건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 사이 미국의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중국 시노백 백신을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 접종 받은 32세 남성의 사례를 공개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달 12일 지역 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의 1차 접종을 받았다. 그로부터 보름 남짓 지난 같은 달 28일 개인병원에서 다시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
이 남성은 시노백 백신을 맞을 당시 자신이 화이자 백신을 이미 맞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의사는 그에게 백신을 놔둔 뒤에야 그가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실을 전자 백신접종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의사는 이 남성에게 화이자 2차 접종을 받지 말라고 권고했디. 그는 이를 무시하고 지난 11일 접종센터를 찾아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받았다. 그는 2차 접종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시노백 백신을 추가로 맞은 사실을 숨겼다.
백신을 세 차례나 맞은 남성은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고 홍콩 보건부가 밝혔다. 이상 접종 사실을 파악한 보건부는 그에게 시노백 백신을 놔줬던 개인병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나 유사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보건부는 각 개인병원에 백신 접종 전 반드시 전자 접종기록을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 부작용 논란을 고려해 1차로 AZ 백신을 맞은 사람은 2차 접종 때 다른 백신을 맞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다만 교차 접종 시 효능이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가별로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홍콩 보건부 대변인은 “백신의 교차 접종은 아직 실험 단계로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있다”며 “교차 접종을 하더라도 반드시 보건 전문가의 감독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의 절반이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미국에서도 접종 관련 사고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뉴햄프셔주 지역 방송인 WMUR에 따르면 뉴햄프셔주 주민 크레이그 리처즈는 지난달 1차 접종에서는 모더나 백신을, 2차 접종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의 접종카드에는 모더나 백신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의료진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리처즈는 WMUR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주사를 놓은 뒤에야 내 접종카드를 들여다봤다”며 “그가 화이자 백신을 놨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리처즈는 접종센터 책임자를 불러 항의했지만 “아무 문제없을 거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당신이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쳤다는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뉴햄프셔주 보건복지부는 성명을 통해 리처즈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교차 접종은 안전하다”며 “질병통제센터(CDC) 가이드라인은 2차 접종을 위한 물량이 여의치 않을 경우 1차와 다른 종류의 백신을 놓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차 접종이 일반적인 접종과 효능에서 차이를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 없다”면서도 “교차 접종 역시 충분한 면역력을 제공한다. 교차 접종을 받았다고 해서 3차 접종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의료진 실수로 한 사람이 단 하루 만에 두 차례 백신을 맞았다가 한때 중태에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오하이오주 지역 방송 WLWT에 따르면 재활센터 입원 환자인 91세 남성 빅터 스미스는 지난 2월 25일 네 시간 사이 백신을 두 차례나 맞았다가 저혈압 쇼크가 발생했다.
스미스의 딸은 WLWT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그의 아버지를 다른 접종 대상자로 착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소방관들이 재활센터에 찾아와 빅터라는 이름의 환자에게 백신을 놓으러 왔다고 말한 모양”이라며 “간호사가 ‘그가 빅터 스미스냐’고 묻자 소방관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아버지의 방 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먼로의 한 약국에서는 2차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이 아닌 식염수를 투여하는 일이 있었다고 지역 언론 WCNC가 전했다. 약국 측은 백신을 잘못 맞은 사람들에게 즉각 통보해 진짜 백신을 접종토록 조치했으며 접종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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