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세월호 참사는.." 전세계, '기억하는 이들'의 연대
[전희경 기자]
▲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7년이 지났다. 사진은 2014년 4월17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과 인솔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진행되던 모습. |
ⓒ 권우성 |
"무뎌지지 않는 상처이다" (엘에이 거주-이유진), "그리운 친구이다" (샌디에고-임재환), "먹먹함, 그리고 한숨이다" (피츠버그-홍성일), "심장에 새겨진 문신이다" (엘에이-김미라), "나의 성장기의 아픈 기억이다" (독일 아헨-윤지원), "분노, 슬픔, 다짐이다" (보스턴-김지훈), "잊을 없는 상처, 거대한 충격이다" (필라델피아-이선아),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주었다." (버지니아-정경미)
▲ <당신의 사월> 공동체 영화상영회 및 간담회 참석자들 4.16해외연대가 주최한 영화상영회와 세월호가족 해외동포 간담회 |
ⓒ 4.16해외연대 |
지난 18일 오전 8시, 세월호 참사 후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세월호 다큐 '당신의 사월(주현숙 감독)'을 온라인으로 함께 시청하고, 세월호 가족들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해외동포 간담회가 있었다.
▲ 영화제와 간담회 1부 '당신의 사월', 2부 시연엄마 윤경희님 진행,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들의 소감 나누기, 3부 예은아빠 유경근 위원장 질의응답. |
ⓒ 4.16해외연대 |
당신의 사월은 어떠했나요
대학생, 교사, 카페 주인, 진도어민, 인권활동가 등 평범한 이웃들이 겪었던 세월호참사와 그 이후의 세월, 참사가 남긴 트라우마와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당신의 사월'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두려워서 (이전엔) 세월호 관련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는 시연엄마 윤경희씨(세월호 유가족)는 결국 이 영화를 7번이나 보았고, "내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었다면 이 분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라고 스스로 묻게 되었단다. 윤씨는 "전세계 국민들이 (참사의) 목격자·증인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행동하고,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필요시 안산 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받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변화된 사회로 가야한다는 참석자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참사 당시 울면서 회사를 다녔던 기억이 난다는 이유진씨(L.A.거주)는 "7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싸워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며,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아프고 눈물이 나서 무뎌지지 않는 상처"라고 말했다.
샌디에고의 임재환씨는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두 살 차이의 비슷한 또래였고, 시카고대 1학년생으로서 당시 뉴스를 보며 세월호 참사가 뇌리에 박혀있는 사건이 되었다고 했다. 참사는 그에게 "그리운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 기억하는 사람들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먹먹함, 한숨이다"라고 밝힌 피츠버그의 홍성일씨는,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할 과정이 (아직) 없다는 것이 부끄럽고 분노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 시연엄마 윤경희 대외협력부서장 당신의 사월 영화 상영 후 간담회에서 세월호참사 증인들인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대와 공감의 시간을 나눴다. |
ⓒ 전희경 |
뉴욕 최관호씨는 영화를 만든 주현숙 감독에게 전해달라며 "촛불혁명의 기폭제가 되어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는데, 왜 이 정권에서 진상규명이 안되고 있는지와 앞으로의 방향 등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약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윤경희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알리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감독에 그 소감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동포들은 종이에 참사의 의미를 적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채팅창에 써서 올리거나 손을 들기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한편 유가족에 힘을 보태서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큰 사건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두 방향이 있다고 봅니다.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함께 힘들어 하는 것과 가해자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 시민들이 각자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워버리는 자'에 관한 시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이은희씨)
"영화 중, 사건 초기에 일베나 태극기 부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얘기들을 지금은 이웃들로부터 듣는 유가족들 심정은 훨씬 더 아프다는 인터뷰가 가슴에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 앞에 놓인 길고도 힘겨운 길에, 해외연대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보스턴, 김지연씨)
유경근 위원장 "정부, 진상규명 완수해야"
이후 일본 나고야 이두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유경근 위원장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사참위, 국회, 정부 등의 최근 현황과 진상규명 과제들과 더불어, 각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남은 이 때,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진상규명은 문 정부 안에 (완성)되어야 한다"는 유 위원장은 "사참위가 조사 성과를 내더라도, 검찰 특수단 결과처럼 검찰이 수사 및 기소로 이어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남는 것이 없다"며 "새로운 수사 방안을 마련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세월호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한 듯 보인다. 특수단 발표 직후 가족협의회가 항고를 했다. 일주일 전 항고에 대한 결정 통지를 받았는데, 일괄 '기각 통보'였고, (가협은) 재항고를 했다"며, 검찰은 현재로는 이를 재수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노웅래 "세월호 사찰 맞는데 불법은 아니다? 검찰발 재난" http://omn.kr/1rrwn
삭발한 세월호 엄마들 "다 무혐의...검찰이 범죄에 면죄부 줬다" http://omn.kr/1rt7j
▲ 유경근 세월호가족협 집행위원장과의 질의응답 해외동포들과의 간담회, 일본 이두희(사회, 왼쪽), 유경근 위원장 (오른쪽) |
ⓒ 4.16해외연대 |
참사 전과 후가 다르려면
유 위원장이 밝혔듯, 키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 4월 9일 보궐 선거 직전까지 LH 사태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징계하라는 지시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내리고 정부에서 조사단을 만들었듯, 대통령은 약속이행 의지를 표명하여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 지휘를 한 것처럼, 세월호참사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해외동포들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간담회까지 3시간이 넘어가도, 여전히 40여 명이 남아서 유가족들과의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국회는 대통령 기록물 공개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청와대는 군과 국정원 등 정부 기관들이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도록 명령해야 할 것이다. 아직 국정원 서버에서 세월호로 검색한 64만 건 문건에 대해 목록확인 작업 중이라고 한다. 검색어가 세월호만은 아닐 텐데, 국정원 서버가 하나만은 아닐 텐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유 위원장의 설명에 동포들은 향후 과제와 계획에 관해 물었다. 채팅창에는 국회와 사참위 압박, 대통령 의지 표명, 공감과 연대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가족, 시민, 동포가 동일한 요구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유 위원장은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촛불 정권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다. 촛불 이전으로 세월호참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촛불 시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는 공감대가 확인되는 간담회였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하나 있지 않을까요. 바로 각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 유보 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틀랜타, 장승순)
참석자들은 이날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응답하라 국회, 응답하라 청와대, 세월호 침몰 원인 강연회, 합창단과 함께하는 7주기 추모제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 온 4.16해외연대는, 앞으로도 해외동포들의 과제를 논의하고 가족, 시민, 동포들과 연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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