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왜 사냐구요?" 2030, 가상화폐 왜 몰리나

김초영 2021. 4. 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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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급반등..청년층 가상화폐 왜 몰리나
월급으로 내 집 마련, 노후보장 불투명 위험 감수하고 코인 투자
암호자산 위험부담 등 투자자 입장에서 '금융안정 리스크'도
시바견이 마스코트인 도지코인. 사진=트위터 게시물 캡처

[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내 집 마련이나 노후보장은 물론 일확천금을 꿈꾸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몰리는 2030 세대가 크게 늘고 있다. 15일 기준 가상화폐 거래액은 국내 주식 투자 규모에 해외 투자액을 합한 규모를 추월했다. 청년들이 가상화폐에 몰리는 이유는 노후 대비 등 현재의 불안한 생활을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내재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 그중에서도 거래량 등이 전혀 통제받지 않는 도지코인 같은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경고에 나섰지만 가상화폐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액은 지난 15일 기준 하루 약 216억3000만 달러(약 24조원)로 국내 주식 투자 규모에 해외 투자액을 합한 금액(약 21조원)을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알트코인의 일종인 도지코인은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변동성으로 개미투자자에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알트코인은 '대안'을 의미하는 'alternative'에서의 'alt'와 코인(coin)을 합성한 단어로, 비트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즉 비트코인 외의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지난 17일 도지코인의 하루 거래 금액은 약 17조원을 돌파하며 전날 코스피 거래대금(15조5421억원), 4월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14조9372억원)을 넘는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가상화폐 열풍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가상화폐 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다. 이 중 2030 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지난 1월 와이즈앱 조사(46.8%)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는 현재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연관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3월말 기준으로 39세 이하 가구(28.6%)가 전체 연령 가운데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다. 순자산 비중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취업시장이 얼어붙는 등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청년들의 위기감이 높아진 것 역시 2030이 가상화폐에 몰리는 이유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 新투자인류의 출현'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재태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의 재테크 이유는 주택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2030 세대는 저금리 기조 속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주변에서 너도나도 크게 수익을 봤다며 추천해주길래 최근에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며 "하루 만에 120%가 오르는 등 주식 투자를 할 때보다 수익률이 커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0대 직장인 안 모씨는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최근 예상치 못하게 수익이 크게 나고 있어 빨리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은 수익을 보고 있어 안심하고 있다. 비트코인 아니면 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2030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외의 가상화폐를 의미하는 알트코인의 일종이다. 도지코인은 알트코인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한다. 도지코인은 코인 발급량 등을 제한한 비트코인과 달리 엉성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발급량이 무한대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1분에 1만개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도지가 달을 향해 짓는다'는 메시지를 올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머스크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SNS)에 '도지코인이 미래다' '아들에게 도지코인을 사줬다'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도지코인의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15일에는 머스크가 SNS에 '멍뭉이가 달 보고 짖는구나'라는 글을 올려 투기 수요가 급증하는 일도 벌어졌다. 연초 약 0.5센트 정도에 거래되던 도지코인 가격은 70배 수준인 약 36센트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7일 20% 넘게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비트코인의 가치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을,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며 우려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워싱턴DC 경제클럽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정말로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는 비트코인 열풍이 2030 세대가 겪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복권, 로또를 찾았던 그런 것을 연결시켜서 이해한다면, 청년들의 가상화폐 신드롬도 그들의 생활난, 취업난, 생활고 이런 문제와 직결시켜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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