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답하다] '주차장 2칸' 차지에 협박 메모까지..민폐 차주 처벌 안 되나요

최은희 2021. 4.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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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답하다'는 독자가 올린 댓글을 기자가 취재해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을? 아파트 주차공간 2칸을 차지한 벤츠 차주에게 처벌이 가능할까.

-결과는?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주차장은 사유지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2칸을 차지하고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알라"는 협박성 메모를 붙인 차주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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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의 주차장에는 이런 사람이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제목의 글과 함께 인증 사진이 게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편집자주] ‘댓글에답하다’는 독자가 올린 댓글을 기자가 취재해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을? 아파트 주차공간 2칸을 차지한 벤츠 차주에게 처벌이 가능할까.

-어떻게? 도로교통법을 참조하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물었다. 

-결과는?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주차장은 사유지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 아파트 지하주차장 2칸을 차지하고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알라”는 협박성 메모를 붙인 차주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의 주차장에는 이런 사람이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제목의 글과 함께 인증 사진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이렇게 주차하고 사라지는데 건들면 인생 망할까 봐 무섭다. 싸움도 못하고 벤츠의 A클래스니까”라고 했다. A클래스는 벤츠 차량 중 가격대가 가장 낮다.

그는 글과 함께 사진도 첨부했다. 사진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에 흰색 벤츠 A220 승용차가 주차장 2개 면을 홀로 차지한 모습이 담겼다.

이 차량의 앞 유리창에는 “제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 손해배상 10배 청구. 전화를 하세요”라는 경고 문구도 적혀 있다. 메시지 옆에는 전화번호도 첨부되어 있다. 

해당 글은 19일 오전 9시 기준 30만 명이 넘는 조회수와 2000여 개의 댓글을 기록했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은 비판을 쏟아냈다.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다”, “저런 경우 신고 처리할 방법 없냐”, “이런 인간들 처벌해야 한다.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벤츠 차주는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도로교통법 제 34조는 ‘도로 또는 노상주차장에 주차하려고 하는 차의 운전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차 방법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모든 차의 운전자는 정해진 장소와 방법에 맞게 주차해야 하며, 정차 또는 주차할 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해진다. 경찰이 차량 이동을 명령하거나 직접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하주차장은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되려면 불특정 다수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사유지다. 주차구획선을 넘어 주차했다고 해도 불법 주차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적 조치가 어렵다. 

운전자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규정도 없다. 주차장법상 부설주차장 관련 규정에는 주차장 관리자에 대한 처벌이나 과태료를 정해놓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는 차주를 단속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해성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주차장은 교통법의 사각지대다. 주차문제가 발생해도 일반경찰권으로 행사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신고가 들어와도 상황 중재 정도에 그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는 불법주차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연구위원은 “주차 질서를 과도하게 해치는 경우,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자발적 해결에만 맡겨 두기에는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부 무개념 운전자의 인식 제고”라고 강조했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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