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뇌 발달' 저해.. 아이 공부 못할까 두렵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수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 잡은 지 1년이 넘었다. 적응은 했지만, 만족도는 높지 않다. 집중력 저하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교육 문화 기업 비상교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부모 10명 중 1명만 비대면 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큰 단점으로 ‘집중력 저하와 사회성 결핍’(43.5%)이 꼽혔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집중력 저하를 가장 큰 단점이라고 했다.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장기적인 비대면 수업으로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뇌 발달이 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뇌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할 나이인 초등학생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학교 내 집단감염 확산세가 다시 거세져 비대면 수업 확대가 불가피한 지금, 비대면 수업과 공존할 생활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초등학생 신체 활동 시간 뺏어
코로나19는 어린이에게 신체 활동 시간을 빼앗아 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코로나19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친 일상변화' 설문조사에 의하면 신체활동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라는 답변이 55.6%로, 팬데믹 전보다 무려 24.4%나 상승했다. 의무적으로라도 신체 활동을 하도록 했던 체육 수업도 줄었다. 학교마다 감소 비율은 다르겠지만, 체육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 되는 날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강남에 위치한 초등학교 교사 A(25)씨는 “일주일에 3번은 있었던 체육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시간이 학교에 나오는 날 1번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체육 수업은 동작을 소개만 하거나 스트레칭 영상을 틀어놓거나 운동 계획표를 짜는 등 학생들의 의지 없이는 실제로 운동으로 이어지기 힘든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체육교육학과 엄우섭 교수는 “팬데믹 이전부터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신체 활동량은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편인데, 코로나19로 체육 실기 수업까지 위축돼 운동을 통한 신체와 정신의 성장 모두 저하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홈트레이닝과 셀프트레이닝 등의 습관을 들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력과 관련된 전전두엽, 신체 활동으로 활성화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은 장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 배승민 교수는 “뇌가 발달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신체 활동이 중요하다”며 “운동은 뇌의 기능을 통합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전전두엽이 발달하도록 돕는데, 이 부위가 활성화되고 발달 돼야 집중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전두엽은 규칙을 학습, 계획, 성격 표현, 의사결정 등 정서와 행동을 조율하는 것을 담당하는 부위로, 뇌의 실행 시스템을 담당한다. 집중력은 상황에 맞게 행동으로 나타내는 능력이기 때문에 전전두엽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전두엽 영역의 부분이라도 기능이 떨어지면 ADHD가 유발된다. 전전두엽은 18~21세 사이에 완성되는데, 어릴수록 특히 뇌 활성화 효율이 높다. 실제로 영국 스털링대 연구팀에 따르면 컴퓨터로 이용한 인지 능력 시험 전 15분 동안만 운동해도 평균 9세 아이들의 집중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동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는 “운동은 전전두엽 발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주는 뇌내 화학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도 도와 같은 공부를 해도 효율이 더 높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신체 활동 시간 높이려면 수업 내외로 노력해야
어린이의 신체 활동 시간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업 내외에서 노력해야 한다. 엄우섭 교수는 “운동 종목, 강도, 시간, 빈도를 고려할 수 없는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은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홈트레이닝이나 셀프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초등학생들은 성장이 덜 됐기 때문에 다칠 수 있음으로 근력 운동과 같은 고강도 운동은 격일로, 유연성 운동은 체온이 상승한 상태에서 매일 통점이 오기 전까지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에 맞게, 다양한 동작을 알려주는 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이 많아 잘 따라가면 충분히 도움 된다”며 “교과서가 있는 3~6학년은 부모님이 도와 교과서 내용을 집과 동네 공원 등에서 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수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할 때다. 조아랑 교수는 “앞으로도 비대면 수업은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도 작은 신체활동이라도 이용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 시스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대면 수업 및 회의에서 간단한 손동작을 이용해 생각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더니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심리학과 대니얼 리처드 손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 수업 중 특정 손동작 등 약속한 신호체계로 의견을 전달하면 만족도가 16% 높아지고, 의견 교류 효율성도 2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력 향상, 전제 조건은 환경
반복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장기적인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일시적으로 수업 중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소는 환경이다. 평소 신체 활동 시간을 증가시키는 것 외에도 수업을 듣는 환경이 일상과 구분되도록 해야 한다. 조아랑 교수는 “특히 초등학생들의 집중력은 보통 20분이 채 되지 않는데 그나마 학교에서 집중하는 건 친구들과 선생님으로 조성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업 듣는 환경을 일상생활과 분리해 조성해야 한다. 배승민 교수는 “비대면 수업도 오프라인 수업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일어나서 바로 수업을 듣는 것보단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일정한 곳으로 가서 수업을 듣도록 틀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랑 교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부모님과 저녁에 대화를 갖는 것도 좋다”며 “어떤 과목이 어땠는지, 구체적인 대화와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업을 받는 기기가 집중력을 저하할 수도 있다. 수업을 들을 때 음향이 작거나 끊기는 환경인지 확인해줘야 한다. 한 화면에 여러 사람이 뜨면 시각과 청각에 피로도가 쌓여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업 화면이 크게 잡히도록 해주면 좋다. 아이가 집중하기 편한 환경을 관찰해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듣는 것도 수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웹캠이나 태블릿PC 등을 학교에 요청해 지원받아 사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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