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갑질' 후폭풍? 마사회 숙원 '온라인 경마' 물거품 위기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렛츠런 파크’(과천 경마장)에서 벌어진 제1경주. 결승선 200m를 앞두고 4위를 달리던 경주마 ‘천총’이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했다. 평소 같으면 경마장은 환호성으로 떠들썩했겠지만, 이날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마사회의 경영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과천 경마장의 관중 입장을 막으면서 마권 판매 수입이 줄어든 여파다.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은 1조850억원, 순손실은 4380억원. 매출은 전년 대비 85% 급감했고, 6ㆍ25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최악의 위기 속에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추진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경마가 막히면서 불법도박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합법적인 온라인 마권 발매가 필요하다는 게 마사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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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하는 언택트 경마, 한국은 불가"
19일 마사회와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에 따르면 현재 100개국이 넘는 경마 시행국 가운데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이슬람권 국가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마가 중단된 틈을 타 일본ㆍ홍콩의 경마 등에 대한 불법 베팅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경마 실황 영상을 가져와 불법 사이트를 만드는 식이다. 지난해 마사회에서 단속에 나서 폐쇄한 불법 베팅 사이트는 7505건으로 전년 대비 39%, 신고 건수는 2648건으로 2019년 대비 95%나 증가했다.
다른 사행산업과의 역차별, 국내 말산업의 위축 문제도 거론된다. 축산ㆍ경마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비대위 측은 “스포츠토토ㆍ로또 등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데 각종 세금으로 연 2조원 이상 납부하고, 파생산업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마만 도박의 프레임에 가뒀다”며 “온라인 발매를 금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마권 발권 제한을 풀고, 경마장 외 온라인 발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총 4건이나 발의됐다.
하지만 측근 채용 지시를 거부한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김우남 마사회장의 갑질ㆍ폭언 사태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관련 법안 처리 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김 회장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 공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관련 법 개정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김 회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마사회 내부에선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는 17~19대 국회에서 3선을 지낸 여당 중진 출신이다. 12년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19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취임하면서 ‘온라인 발매의 조속한 법제화를 통한 경영위기 극복’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마사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여당 내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정치권을 설득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며 “이 때문에 이번 김 회장의 갑질 논란을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서 마사회 내부 갈등이 있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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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조장 우려, 여론 반발 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언택트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온라인 마권 판매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국가가 도박을 권장하느냐’는 비난이 부담이다.
청소년 등 이용자 식별이 어렵고, 구매상한제 등 도박중독에 대한 방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장외발매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 등도 고려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말 산업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고민이 크다”면서도 “(온라인 마권 도입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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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사과에도 노조는 "사퇴하라"
한편 한국마사회 제1노조인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김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여전히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회장이 마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기본 품성은 물론 자질ㆍ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김 회장이 부적절한 해명과 사과와 함께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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