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도입 확실 백신 11.4%뿐.. 그마저 절반은 혈전 논란 AZ
현재 도입 물량 181만1500명분
전체 계획된 물량 2.3% 수준
홍 부총리 "상반기 1200만명 접종 완료"
목표치에 300만명분 부족
모더나·얀센·노바백스는
도입일정 여전히 깜깜 무소식
확신자 증가세 불안감 확산
변이 바이러스도 늘어 국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김지희 기자, 이춘희 기자] 여당이 ‘백신 특사’까지 검토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이대로 가다간 11월 집단면역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각종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국내에서도 확인됨에 따라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주요 백신 생산국의 자국 이기주의까지 겹치면서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3%만 도입 완료’… 불안한 백신 수급
19일 현재 정부가 도입 계획을 밝힌 백신은 총 7900만명분이다. 제품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 1000만명분 ▲화이자 13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노바백스 2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이다. 또 세계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이날까지 국내에 도입된 백신은 총 181만1500명분에 불과하다. 전체 계획된 물량 중 고작 2.3%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도입 계획이 확실히 정해진 물량을 전부 합치더라도 904만4000명분(11.4%)에 그친다. 이마저도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희귀 혈전증' 논란으로 30세 미만에 접종을 금지한 AZ 백신이 533만7000명분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4월까지 300만명, 상반기 중 12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백신 300만명분이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271만2000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도입하는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AZ 백신의 2회 접종분을 미리 당겨 사용하는 처방을 내놓고 있으나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AZ와 화이자 외 다른 백신은 현재 도입 일정도 깜깜무소식이다. 당초 다음달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노바백스 백신은 세계적인 백신 원·부자재 수급 문제로 국내에서 위탁 생산됨에도 완제품 생산이 오는 6월로 밀렸다. 얀센과 모더나 백신은 아직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그동안 백신 공급에 대해서는 협상 완료 전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던 대응 전략을 뒤집어 ‘8월 국내 백신 위탁생산’ 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공개하는 등 무리수를 둔 데는 이러한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각국이 백신 자국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부스터 샷’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국내에 백신을 들여오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어 인기가 높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도입은 미국에서 변이 대응뿐만 아니라 면역력 자체를 높이기 위한 부스터 샷까지 추진되면서 더욱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주말 효과에도 500명 넘어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불씨도 잡히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총 3만4824건의 검사에서 53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 수가 늘어날 경우 하루 700~800명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체 검사자 가운데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을 의미하는 신규 확진자 수 비율도 3월 셋째주 1.13%에서 지난주(4월5~11일) 1.53%로 계속 늘고 있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영국·남아공·브라질발 변이 등 주요 3종에 더해 이번엔 인도의 이중 변이 바이러스(B.1.617)가 국내에서 확인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인도에서 입국한 확진자 94명 중 인도 변이 9건이 확인됐다. 지난 12일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주요 3종 변이 감염자는 379명이며, 그 외 아직 역학적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유래 변이 등 ‘기타 변이’ 감염 사례는 118명으로 총 497명에 달한다.
정치권의 백신 수급 공방도 가열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2분기에 받기로 했다고 한 2000만명 분량의 백신은 감감무소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백신 외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도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말 모더나 CEO와 나눴다고 하는 화상 통화가 ‘쇼’였나 의심하는 사람마저 생겼다"며 "올 11월 집단면역은 요원하고 앞으로 집단면역까지 6년이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여권 안팎에서도 ‘백신 외교’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여권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자체의 자체적인 독자 백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이 6월이 지나면 마스크를 벗을 텐데, 그 이전에 백신 수급을 탄탄하게 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상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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