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당 당원이 허락 안 하면 합당 진행 안돼"

통합의 '디테일 ' 두고 수싸움 계속.. 이태규 "흡수통합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당원들이 합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더 이상 진행이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당 모두 야권통합이라는 원칙엔 동의하면서도, 국민의당이 '흡수통합'식 합당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디테일'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의 메시지까지 나왔다. 굳이 통합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섰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흡수통합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는 그 내용을 들은 바는 없다"라며 "선거 과정에서 합당하겠다고 했으니까, 어떤 합당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국민의당에 확인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합당 의사가 있으면 어떤 방식의 합당이 될 것인지 다시 더 논의가 필요하고, 그런 회의체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은 것.

또한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당원들의 뜻을 묻고 있는 과정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에 문제가 있느냐?"라며 "국민의당 쪽에서 당원들이 허락을 안 해서 합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더 이상 진행이 안 될 것이고, 국민의당 당원들이 합당을 허락하면 논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통합'에 굳이 목 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당원들의 중도지향 성향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 내용에 더 들어갈 필요는 없다"라며 "그 당의 사정이기 때문에 그 당의 의사가 확인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시점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전으로 하느냐 이후로 하느냐에 대해서도 "그건 진척에 따라서 그런 합의가 빨리 정리되면 빨리 할 수 있을 테고 그런 합의가 늦어지면 우리 당 전당대회를 먼저 해야 될 테고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통합 후 전당대회'라든지 '전당대회 후 통합'이라든지 아직 우리 당의 의사가 결집된 건 없다"라고만 강조했다.

이어 "합당이란 것이 상대방과 합치돼야 하는 것이기에, 서로 의사를 확인해 가면서 그 간격을 좁혀가는 것"이라며 "결과가 어찌될지는 저도 잘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당원들의 뜻도 확인해야 하는 거고, 국민의당이 어떤 모습의 합당을 바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라며 "하여튼 시작은 안철수 대표께서 선거 이후 승패에 관련 없이 합당하겠다고 했으니 그 뜻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공을 국민의당 쪽으로 넘겼다.

"속도조절 아니야... 통합과정에서 균등하게 가야"

▲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민의힘이 통합 추진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국민의당은 '합당'과 '통합'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며 세부적인 사안을 두고 상당히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같은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단 합당이란 부분이 정확히 법률적 용어가 맞겠다"라면서도 "통합은 합친다는 개념인데 합당이란 부분은 굉장히 속도감을 주는 어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은 아무래도 시기적인 타임 스케줄상 여유가 있게 오고 가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의원들 간에 약간에 차이가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라고 부연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국민의당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에 대해 "당원들 순회 간담회 끝나는 일정이 이번 주 금요일(23일)"이라며 "아마 주말에 필요하다면 주말에라도 최고위원들이 모여서 당원들 의견 수렴된 걸 가지고 논의를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또 간담회 참석하신 당원들이 전체 당원을 다 대표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전체 당원들을 대상으로 당원들 뜻을 물어보는 조사도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며 여론조사나 설문조사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당원들 사이의 통합에 대한 온도 차가 있음을 인정하며 "우리가 중도실용노선을 강조하는 정당이다 보니까 당의 노선이나 가치나 이런 부분이 통합과정에서 제대로 잘 반영돼서 균등하게 가야 된다"라며 "단순히 보수정당으로 흡수되는 부분이라면 통합은 굉장히 신중해야 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지금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흡수 통합', 이런 의견을 쓰고 있는데 저희가 만약에 합당이나 추진한다면 이건 당대당 통합"이라며 "흡수통합 같은 것은 저희 입장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합당이나 이런 부분에서 지분이 어떻고 실리가 어떻고, 이런 것 자체가 과거식 사고방식"이라며 "중요한 건 새로운 틀에 맞는 그런 내용이 같이 뒷받침돼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치를 너무 실리와 지분관계로만 이해하고 통합이나 합당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대의명분이나 가치정치의 몰이해에서 오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의 요구가 '지분싸움'으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또한 국민의당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합의 '속도 조절'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만약에 이번 주에 당원간담회나 또 다른 당원 설문조사나 이런 과정이 다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만약에 합당이나 이런 부분에서 보류하게 되면 여러 가지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면서 "현재는 정해진 절차를 착실하게 밟아가는 과정이다. 속도를 조절하거나 이런 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