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vs이우환, 김창열vs김창열..300억 미술 경매 열린다
각각 120억, 180억 규모
이우환 최고가 경신 주목
김창열 그림 총22점 출품
박서보도 기록 경신 기대
이우환 대 이우환, 김창열 대 김창열, 박서보 대 박서보. 이우환의 '바람'과 '점' 그림이 15억원 경매 시작가로 맞붙고 김창열의 물방울과 물방울, 박서보의 묘법 연작이 서로 작품가를 놓고 경쟁한다.
오는 27, 28일 이틀 동안 국내 양대 경매사가 한국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세 대표 작가를 내세워 격돌한다. 서울옥션은 27일 미술품 238점 총 120억원 규모의 경매를 열고, 다음날인 28일 케이옥션은 미술품 186점 180억원 규모의 경매를 연다. 이틀간 열리는 시장 규모만 300억원이다. 지난 2월부터 100억원 매출 기록을 내며 그리고 있는 미술시장 상승 곡선이 4월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두 경매사가 나란히 내놓은 대표선수도 같다. 이우환(85), 김창열(1929~2021), 박서보(90)다. 이우환 작품은 서울옥션 20점, 케이옥션 15점으로 모두 35점이 출품됐고, 김창열은 서울옥션 10점, 케이옥션에 12점으로 총 22점이 출품됐다. 박서보는 서울옥션 9점, 케이옥션 4점 등 모두 13점이 출품됐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각 작가가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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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바람과 점과 선의 대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각각 15억원에 경매를 시작하는 이우환 작품을 준비했다. 이번 출품작들이 2019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세운 이우환의 최고가 기록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당시 이우환의 1984년작 '동풍'은 20억7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를 세운 바 있다.
서울옥션이 내놓은 것은 이우환의 1990년작 '바람과 함께'(161.5×227㎝)다. 2017년 3월 홍콩 경매에서 당시 최고가 기록인 16억6100만원에 낙찰됐던 작품이다. 이번 시장에 다시 나오며 이우환의 인기를 시험대에 올리게 됐다. 짧은 붓 자국들이 밀도 있게 화면을 가득 채운 이 그림은 화폭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굵은 붓 자국이 강렬하다. 이 밖에 이우환의 1978년 작 '선으로부터'도 추정가 14억~18억원에 나와 있다.
케이옥션에선 이우환의 1980년작 '점으로부터'(227.3×181.8㎝) 역시 15억원에 경매를 시작된다. 케이옥션에 나온 이우환의 작품만 해도 점, 선, 바람 시리즈부터 조응, 다이얼로그까지 43억 원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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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물방울끼리 경쟁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도 연대별로 골고루 나왔다. 서울옥션엔 경매가 8억원에 시작되는 1976년 작품부터 6억5000만원에 시작하는 1974년 작품 등 초기 물방울 그림이 나란히 나왔다. 물방울이 화면을 가득 채운 작품들으로 후기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특징. 두 작품 간 차이도 눈에 띈다. 이번에 나온 76년 그림이 물방울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고르고 정적이라면 74년 그림은 역동적이다.
케이옥션에서는 2005년에 제작된 '회귀 SA05025'가 추정가 1억8000만~4억원으로 나왔다. 1990년대 들어서 등장한 김창열의 '회귀' 연작은 향수를 표현하는 천자문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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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1885년 그림 11억~13억원
최근 미술 시장에서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고 있는 박서보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서울옥션엔 2007년작 '묘법 No. 070505'가 추정가 2억~3억원에 출품됐고, 케이옥션엔 1985년 작 '묘법 No. 213-85'가 추정가 11억~13억원에 나왔다. 박서보 작품은 2016년 9월 서울옥션에서 1981년작 '묘법 No.1-81'이 11억원에 낙찰된 게 국내 최고가 기록이었다. 이번에 시작가만 넘어도 국내 박서보 작품 최고가 기록이 경신된다. 해외에선 2018년 3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19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 '톱10 작가'(2020년) 중 박서보는 지난 10년간 낙찰 평균액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예컨대 박서보의 2010년 2584만원이었던 낙찰 평균액은 2018년 1억4713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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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산월', 12억원에 경매 시작
이밖에 케이옥션엔 김환기의 1957년 작 '산월'도 추정가 12억~22억원에 나왔고, 박수근의 작 '노상'이 추정가 5억4000만~8억5000만원에 출품됐다. '산월'은 1956년 파리로 떠난 김환기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푸른색을 주조로 그린 작품이다. 케이옥션 고미술 부문에 추정가 5500만~1억원에 나온 백석의 '사슴' 초판본도 눈길을 끈다. 100권 한정본으로 찍은 이 초판본은 현재 13권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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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짜리 백자 필통
서울옥션엔 '백자청화투각서수문필통'이 추정가 4억~8억원에 출품됐다. 해외에 머물다 최근에 국내로 반입된 이 필통은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자그마한 화폭에 매화 가지를 그려 넣은 표암 강세황(1713-1791)의 '매화도'는 마치 어둠 속에 핀 매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추정가 2500만~4000만원에 나왔다.
미술시장이 상황이 좋아지면서 양대 경매사가 격월로 준비하던 메이저 경매도 최근 매달 열리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서울옥션은 2월 메이저 경매에 이어 3월에는 아트 플랫폼 아트시(Artsy)와 함께 손잡고 기획경매를 열어 낙찰률 95%, 낙찰총액 104억원을 기록했다. 케이옥션은 본래 5월 경매를 열 예정이었으나 출품작이 급격히 늘면서 4월로 앞당겼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지난해 이맘때 경매 낙찰총액 규모는 50억~60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올해 미술시장에 이런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미술품을 통해 분출되고, 투자처를 차지 못한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미술 시장에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석 서울옥션 전무는 "현재 미술시장에서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세 작가의 역할이 지대하다"이라며 "특히 이우환 작가의 작품가 기록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각 경매 출품작은 경매 시작 전인 27일과 28일까지 각각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전화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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