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도화선 김주열 열사 고향 전북, 관련 보도 거의 없어

박주현 2021. 4. 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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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경남 마산 현직 경찰관 "김주열 열사와 가족들께 사과"...61년 만에 처음

 
 경남도민일보 4월 13일 인터넷기사(홈페이지 캡쳐)
ⓒ 경남도민일보
 
"'김주열(1944~1960)'.

194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60년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에 입학한 앳된 젊은 청년은 갖은 권모술수와 공권력이 개입한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의 행렬에 동참하여 함께 목청 높여 '부정선거 규탄'을 외쳤다. 그때도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었지만 정당한 국민의 저항은 경찰 최루탄과 총부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펑펑펑, 탕탕탕." 쏟아지는 최루탄과 총알 속에서 한 청년은 실종되고 멀리 남원에서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어머니의 절규를 뒤로한 채 청년은 여기 마산 앞바다에 차가운 시신이 되어 떠오른다. 그의 얼굴에 박힌 최루탄 모습은 당시 민중을 생각하는 정부의 자화상이었다.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국민 모두 내 자식과 형제가 죽은 것처럼 분노하며 행동했고, 결국 부정선거로 당선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교체되었다. 나는 비록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평범한 경찰관이나 지면으로나마 김주열 열사님과 가족들, 그리고 그분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자신을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112 상황팀'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경찰관이 <경남도민일보>에 지난 13일 기고한 내용 중 일부 글이다. 

'4월의 슬픈 역사, 김주열 열사를 추모하며'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61년 전의 사건을 통렬히 반성하며 사과했다. 신문은 '4·3 민간인 학살 70년 만에 사과한 경찰'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올해 김주열 열사 추모식 '미얀마와 함께'"

이 경찰관은 또 글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 미얀마에서는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군경의 총칼에 무참히 쓰러지고 있다'면서 "왜 역사를 바로 알고 부끄러워도 표시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4월의 아침"이라고 썼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외에도 4·19 혁명 61주년을 맞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많은 기획기사들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김주열 열사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4·19 혁명 61주년을 맞는 부산일보도 당시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허종 기자가 촬영한 김주열 열사 사진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추진된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문은 매년 4.19 혁명 기념 및 추모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김주열 열사 사진'은 1960년 4월 12일 부산일보에 특종 게재돼 역사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당시 열사의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사진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역사적 사진이다. 부산일보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진을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관련 기사에서 밝히기도 했다. 

한 장의 신문 사진이 4·19 혁명 도화선으로
 
 부산일보 1960년 4월 12일자 지면
ⓒ 부산일보
 
'이 가증스러운 주검을 보라!'

부산일보가 당시 보도했던 고 김주열 열사의 주검 사진 제목이다. 사진 아래에는 "1960년 3월 15일 행방불명된 김주열 열사가 같은 해 4월 11일 오전 11시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경찰의 잔인함이 세상에 폭로됐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모습을 부산일보 당시 허종 기자가 국내·외에 타전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채로 바다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 모습은 그 시절 독재하의 엄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창원과 마산에서는 올해 이 지역의 4·11항쟁 기념식과 김주열 열사 추모식을 미얀마 민주화를 향한 연대로 항쟁의 현재적 의미를 더했다.

이 지역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지난 11일 창원시 마산중앙부두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제61주년 4·11민주항쟁 기념과 김주열 열사 추모식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추모행사를 마련하고 당시의 상황을 널리 알렸다.

4월 11일은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민중시위 현장에서 행방불명됐던 김주열 열사가 마산 중앙부두에서 떠오른 날이기에 이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선 부산일보가 1960년 4월 12일 최초로 보도한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열사의 모습을 본 부산과 마산 등 인근 시민은 다시 한 번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날 저항이 기폭제가 돼 저항의 불씨가 서울로 번졌고, 4·19혁명, 이승만 정권의 하야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이후 이 지역에선 '4·11 민주항쟁' 혹은 '3·15 2차 의거'라고 불리고 있다.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에서 태어란 김주열 열사, 전북에선 초라한 행사뿐 

1960년 3월 15일 제4대 정·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진행되자 자유당은 반공개 투표, 야당 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의 부정선거를 자행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4월 19일, 이승만 정권의 독재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민주주의 욕구가 급기야 범국민적인 독재 정권 타도 항쟁을 촉발시켰다.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1960년 4월 12일 최초로 보도한 고 김주열 열사 사진
ⓒ 부산일보 허종 기자
김주열 열사는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에서 태어나 1960년 마산상고 입학을 앞두고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마산시위에 참여했다가 행방불명돼 4월 11일 마산시 중앙부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제2차 마산시위, 고려대학교 학생시위로 이어져 4·19 민주혁명이 일어났다. 김 열사의 죽음이 4·19 혁명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4·19 혁명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왔고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뿌리로 이어졌다.

그런데 김주열 열사가 태어난 전북지역은 창원과 마산, 부산지역과 같은 의미 있는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남원시가 4·19 혁명을 맞는 날 김주열 열사 추모공원에서 참배행사를 가질 뿐이다. 전북도 차원의 추모 및 기념행사나 도민들을 대상으로  행사도 보기 힘들다. 

지역의 신문과 방송들도 4·19혁명 기념 및 추모행사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4·19 민주항쟁 61주년을 맞는 날을 전후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면과 영상에서 관련 기사와 행사가 보이질 않는다. 일부 신문만이 남원시에서 열리는 4.19 행사 소식을 조그맣게 사회면에 다루었을 뿐이다.

4·19 혁명을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에 버금가는 세계 4대 혁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는 학자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혁명의 도화선이 된 열사의 탄생·성장지역에서 오히려 외면하거나 생색내기식 추모행사만 벌이고 있으니 아쉽고 안타깝다는 지적이 다른 지역민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4·19 혁명 61주년을 맞는 날 아침,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 1면 기사들은 정세균 총리의 퇴임 후 행보와 전기차, 서남권 해상풍력 등을 다룬 기사들로 가득하다. 전북지역 언론들의 4·19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음은 4월 19일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 1면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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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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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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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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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중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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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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