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출현하는 호랑나비 삼총사, 구경해보실래요?

이상헌 2021. 4.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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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랑나비, 산호랑나비, 호랑나비를 소개합니다

[이상헌 기자]

간송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으로 2012년에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전시가 열렸었다. 1년에 단 두 차례, 봄가을 2주 동안만 오픈할 때 국보급 문화재 감상이 가능했다. 글쓴이는 당시 겸재 정선이 그린 석죽호접(패랭이꽃과 호랑나비)을 보고 압도당했던 경험이 있다. 솜털 하나까지 세세하게 표현된 호랑나비의 생생함이 비현실적인 위화감마저 들게 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나비를 종이에 그대로 고정시킨 듯한 느낌에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손을 뻗어 호랑나비가 날아오도록 만들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뒤를 이어 김홍도의 황묘농접(노랑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은 그 탁월한 묘사력이 기가 막힐 정도였다. 현존하는 그 어떤 카메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극도의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 호랑나비를 손가락 위에 올린 영감님. 우화 후 날개를 말리고 있는 호랑나비와 교감 중인 어르신.
ⓒ 이상헌
 
한발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신사임당도 여러 예술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에 보물 165호로 지정된 초충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나비와 벌, 매미 등의 곤충이 패랭이꽃, 나팔꽃, 가지 등과 어우러져 있는 지극히 빼어난 작품이다. 이러한 조상들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정선과 김홍도를 거쳐 풍속화와 민화를 낳게 된다.

봄부터 나오는 호랑나비 삼총사

곤충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나비만큼은 배척하지 않을 듯싶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검은색 나비를 보면 모두 다 호랑나비라고 칭하고는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녀석들이 3총사가 있다. 각각 애호랑나비, 산호랑나비, 호랑나비다. 범 무늬가 화려한 세 녀석들을 살펴보자. 
 
▲ 얼레지에서 꿀을 빠는 애호랑나비. 4월경에 주로 볼 수 있는 나비로서 10개월간 번데기로 월동한다.
ⓒ 이상헌
 
먼저 애호랑나비는 제주와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며 1년에 단 한 번 4월에서 5월 초에만 볼 수 있다. 6월에는 번데기로 월동하여 이듬해 봄 성충으로 우화한다. 더운 남쪽에서는 3월부터 출현하며 추운 지역에서는 6월까지도 볼 수 있다.

날개 편 길이는 50mm 정도로 셋 중에서 가장 작으며 활동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애호랑나비라고 한다. 4월이 애호랑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적기이며 이 시기에 피는 얼레지와 진달래, 제비꽃, 현호색 등의 꿀을 빤다.

낮은 산지를 나풀나풀 날다가 낙엽이 깔린 땅바닥에 앉으면 호랑 무늬가 보호색 역할을 하여 알아차리기 어렵다. 접사 촬영을 해 보면 배와 날개 시작 부위에 긴 털이 무성하다. 뒷날개 끝부분에는 붉은 점이 콕 박혀 있으며 삐죽하게 돋아난 미상돌기가 눈에 띈다. 
 
▲ 모시나비 수태낭. 짝짓기 후 수컷이 암놈의 꽁무니에 분비물을 내어 굳힌 모습.
ⓒ 이상헌
 
짝짓기 후 수컷이 분비물을 내어 암놈의 꽁무니에 수태낭(Sphragis)을 만들어 놓는다. 이는 다른 수컷과 교미를 못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수태낭을 만드는 나비는 애호랑나비와 모시나비가 있는데 두 종 모두 나비목의 출현 역사에서 볼 때는 원시적인 종이다. 
그다음 산호랑나비는 4, 5월에서 10월까지 출현하며 몸 크기는 최대 60mm 전후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5월경에 봄형이 나오고 8월 전후로는 여름형이 우화한다. 계절별로 크기와 체색이 약간씩 다른데 일반적으로 한여름에 발생하는 개체가 더 크고 화려한 편이다. 이름 앞에 '산'이 붙었는데 산마루에서 점유행동(Mate-locating behavior)을 하는 습성 때문이다.
 
▲ 산호랑나비 여권 사진. 초접사 촬영으로 들여다 본 산호랑나비의 얼굴.
ⓒ 이상헌
 
이는 나비계의 텃세로서 다른 수컷이 자신이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쫓아내는 행위를 말한다. 짝짓기를 독점하려는 목적이며 높은 곳에서 망을 보고 있다가 경쟁자가 나타나면 용맹스럽게 날아올라 몸통 박치기를 한다.
라이벌을 몰아낸 후에는 산 정상의 바위에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이러한 나비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 상호 교감하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 나비가 내 손에 착, 신기방기하네 ⓒ 이상헌

마지막 호랑나비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나비로서 민화에 모란과 함께 자주 등장한다. 몸길이가 90mm에 이르니 삼총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 4월에서 10월 사이에 두세 차례 발생하며 꽃이 핀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산호랑나비와 매우 유사한데 구별 포인트는 날개가 시작하는 부분에 줄무늬가 있으면 호랑나비, 진회색으로 밋밋하다면 산호랑나비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 산호랑나비와 호랑나비의 구별 포인트. 날개 기부에서 중실부 사이의 줄무늬 유무로 식별한다.
ⓒ 이상헌
 
한편, 호랑나비과에 속한 녀석들은 애벌레 시절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바로 냄새뿔(osmeterium)을 가졌다는 점이다. 유충 시절에 위협을 느끼면 몸속에서 Y자 모양의 주황색 기관을 내미는데 악취가 난다. 덩치가 큰 호랑나비 애벌레의 취각은 한 팔이나 되는 거리에서도 고약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300종 가까운 나비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가도 만나 볼 수 없는 나비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필드에서 특정한 나비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여러 지자체에서 나비정원을 개관하여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서울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서울숲과 불암산 나비정원이다. 전자는 야외라서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고 후자는 겨울에도 오픈을 하니 아이들과 둘러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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