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오늘 하루, 정말로 힘들고 짜증 나는 일만 있었나요

2021. 4. 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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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쌤의 알쏭달쏭 마음속 나를 찾아라
4 일상 풀이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온라인 수업과 과제로 웃을 일이 없었을까요? 아니면 반복되는 일상이라서 아무 느낌 없이 지나는 많은 날 중 하루였을까요? 우리는 잠자리에 들 때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기억에 웃음 짓기도 하고 반대로 기억을 지우려 애써 잠을 청하기도 하죠. 많은 경험 속에서 기억할 만한 일들과 스쳐 지나갈 일들을 자연스럽게 구분하며 살아가는 겁니다. 이러한 구분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고 검열한 후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구분해 나가는 일상이고 습관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구분되어 오래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은 며칠 혹은 몇 년의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아 있을 수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오늘 일기를 한번 봅시다. 일기에는 어떤 말이 채워져 있나요. 아마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라도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일기를 쓸 확률은 매우 높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 현상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열쇠가 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사건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을 훨씬 더 강하게, 오래 기억합니다. 이것은 유독 몇몇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뇌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나오게 만들고 이것은 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났으니 기억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웃었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다투고, 억울했던 스트레스 상황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부모님과 외출해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면서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었다면 어떨까요. 기억에 남는 것은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았어'가 아닌 ‘아, 기분 완전히 망쳤어! 괜히 나가서 스트레스만 받았잖아! 오늘은 망친 날이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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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억은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 역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쌓인 기억으로 인해 내 인생이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경험을 많이 한 것으로 인식되고 나의 학창시절이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려질 수도 있죠. 그렇다면 긍정적인 일을 기억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은 어떨까요? 하루 일과 속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감정을 간직해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되겠죠. 우리의 뇌가 스트레스 상황의 사건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긍정적인 일들을 더 잘 느끼려고 노력해야 해요. 또 그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생활해야 하죠.

가끔 하늘의 별을 본 적 있나요? 인터넷을 보다 보면 별 구경으로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는 글을 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곳에 가지 않더라도 밤하늘에 별이 한가득 있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오곤 합니다. 사람들이 별 보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밤하늘에서 반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자리라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별을 보며 북두칠성이나 물병자리 같은 별자리를 찾아보고, 어딘가에 내 별이 있다면 어디에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별자리에 속한 별들은 밝은 별을 중심으로 이름이 붙여진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내 인생이란 하늘에 나만의 별들로 연결된 별자리는 어떨까요. 과연 행복의 별자리일까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나에게 가장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가장 빛나는 별들은 어떤 별인가요? 나의 별자리는 긍정적인 기억의 별들이 모여 환하게 빛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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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별들을 간직하고 그 별들 가운데 빛나는 별들을 이어서 나의 별자리들을 만들어 갑니다. 그 빛나는 별들은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 썼던 일들이 될 것이고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할 만한 기억일 것입니다. 이 별들 중에는 힘들고 짜증 났던 기억의 별도 있을 것이고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의 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간직한 별들은 결국 내 인생의 별자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제일 처음 던졌던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힘들고 짜증 나는 일상 가운데 즐겁고 행복한 별도 찾으셨나요? 그랬다면 여러분 인생의 하늘을 수놓는 별자리는 오늘도 행복의 별로 반짝이며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전수경 테라피엔스 심리상담연구소 센터장/차의과학대학교 외래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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