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에 우리 행진하는데 놀러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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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분이 제안했다.
일요일에 한다는 행진은 18일 2시부터 서울 용산구 이촌역에서 남영역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 행진'이었다.
지하철역 내에서 추락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지하철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행진'에 앞서 한 참가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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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혜 기자]
▲ 이촌역-남영역 거리행진 전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 장지혜 |
"이번 주 일요일에 우리 행진하는데 놀러 오실래요?"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분이 제안했다. 일요일에 한다는 행진은 18일 2시부터 서울 용산구 이촌역에서 남영역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 행진'이었다. 대부분 '우리 집회에 참여하세요' 혹은 '우리 행진에 동참해주세요'라고 제안하는데 행진하는데 놀러 오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 제안인가!
2001년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역 내에서 추락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지하철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행진'에 앞서 한 참가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집 앞이 남영역이지만 승강기가 없어 집 앞에서는 지하철을 탈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일입니까?"
서울 용산구에는 효창공원역, 삼각지역, 녹사평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용산역, 남영역, 이촌역, 서빙고역, 한남역, 신용산역, 숙대입구역, 서울역 등 총 13개의 지하철역이 있다. 이 중 한남역, 이촌역, 서빙고역, 남영역 역사에는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특히 서빙고역은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용산구 장애인커뮤니티센터'가 있는 곳이지만, 서빙고역사 내에 승강기가 없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용산구 장애인커뮤니티센터로 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서빙고역을 비롯한 인근 지하철역인 한남역, 이촌역 역시 역사 내에 승강기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2020년 3월, 서빙고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했고 2021년 5월 시공사를 선정해 2022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한남역은 2020년 승강설비 설치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어 2023년 12월에 승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나머지 역에 대해선 설치 일정이 여전히 미정인 상황이다.
▲ 행진 중 - 부서지고 손상된 보도블럭은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인 보행자에게도 불편과 위험을 유발한다. |
ⓒ 장지혜 |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과 2017년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목표 기한인 2022년까지는 1년 남았지만, 여전히 서울 내 23개 지하철에는 승강기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심지어 올해는 지하철 승강기 설치 예산조차도 없다.
지하철 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저상버스의 긴 배차 시간, 상하차 발판의 잦은 고장, 탑승 시간으로 인해 승객들의 불만, 버스 기사가 못 보고 지나치는 등의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저상버스 역시 서울시의 전체 버스 중 58%밖에 도입되지 못하였다.
이동권은 특정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권리이다. 장애인이 이동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맘 편히 다닐 수 있다면, 노약자나 어린이 등 모든 교통약자의 이동권 역시 보장된다. 다리가 아픈 사람, 짐이 많은 사람, 계단을 걷기가 힘든 사람, 다친 사람 등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2001년 오이도역 이동권 투쟁으로 시작한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 덕분에 지하철 입구에 승강기가 설치되는 등 비장애인들도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비장애인도 함께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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