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미나리의 진한 향, 항암 효과 큰 식물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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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99)
영화 미나리가 화제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일상을 보여 주는 영화에 왜 미나리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한국에서 할머니가 보따리에 바리바리 싸 온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 이유는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는 습기가 있는 곳에서 더 잘 자란다. 미나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다. 삼겹살에 싸서 먹으면 향도 좋고, 식감도 뛰어나며, 생선회를 먹고 난 다음 매운탕이나 복요리에 산처럼 듬뿍 올려 먹기도 한다. 한의사의 직업병으로 이런 채소를 보면 효능을 생각하게 된다.
미나리의 약초명은 수근(水芹)이다. 동의보감에는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주독을 제거한다. 대장과 소장의 기능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여성의 월경 과다증이나 냉증에 좋다”고 돼 있다.
미나리의 주요 기능은 ‘해독’ 작용이다. 습지는 자칫 오염되기 쉬운 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정작용을 하는 효과가 커졌나 보다. 몸속 독소, 노폐물, 중금속을 해독하고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생선 요리는 상하기 쉬워서 탈이 잘 나는 음식이다. 심지어 복어는 자체가 독성을 가진 생선이다. 여러 생선찌개, 탕, 복요리에 미나리를 듬뿍 넣는 이유는 미나리가 가진 해독 정화 작용을 활용한 지혜 덕분이다. 요즘은 생활환경 독소가 정말 많아졌다. 여러 중금속, 환경 호르몬, 황사 등 환경적인 요인로 인한 독소를 배출하기 위해 여러 약초와 채소가 쓰이는데, 그중에서 미나리는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독소 해독을 한다는 음식을 보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인다. 술 때문에 몸이 망가지면 술을 줄이면 되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도 괜찮을 방법을 찾는 습관이 있다. 어쨌든 술로 인해 간이 힘들 때 미나리는 도움이 된다. 미나리 속에는 비타민A가 많고, 비타민 B와 C 및 단백질, 칼륨, 철분, 인 같은 여러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런 미량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에 술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바로 잡히고, 갈증이 해소되며, 해독 능력으로 염증을 줄여 줄 수 있다. 술을 자주 마신다면 미나리 녹즙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민간에서는 방광염이나 황달일 때 미나리를 대량으로 삶아 먹기도 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해독 작용이 탁월하면서 영양이 풍부하면 피를 맑게 하고 순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채소가 그렇듯 식이섬유가 많아 장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미나리 하면 향이 떠오를 정도로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향이 진하다는 것은 정유 성분의 작용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항산화, 항염, 항암 효과도 큰 식물의 특징이다. 싱싱한 미나리와 함께 식사하면 입맛도 돋우고 몸을 깨끗하게 하여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겠다. 미나리는 그냥 먹어도 향과 아삭한 식감이 좋은데, 살짝 데치거나 구워 먹으면 참 맛있다. 미나리 볶음, 제육이나 편육에 돌돌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미나리강회나 식초에 무친 미나리 생채, 미나리전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영화 '미나리' 감독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끼리 서로 기운 내자는 의미로 미나리 반찬 곁들이면 어떨까?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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