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내년 대선 좌우할 키워드 뻔하지만..

2021. 4. 1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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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여당 내에서 나오는 말을 보면 앞으로도 ‘개혁에 매진’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믿는 여당 인사가 많은 모양이다. 이들이 드는 사례는 지난 총선이다. 한편 ‘진짜 그럴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를 검증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총선 때 여당 승리의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여름 총선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전국 각지 언론인과 출마자들을 만났다. 대부분 3월 초 이전까지는 야당이 승리하는 분위기였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실제 한국갤럽 2월 넷째 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스크로스가 일어나고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선거에서 여당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인 45%를 밑돌고 있었다(2020년 2월 25~27일 전국 만 18세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그런데 이구동성 3월 중순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왜 분위기가 급반전했을까? 우선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를 되짚어보자. 우리나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기는 2020년 1월 20일이다. 당시만 해도 팬데믹이라 부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한국 방역 상황과 외국을 비교할 수 없었 다. 2월 중순 이후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고, 3월경 팬데믹 상황에 진입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다른 나라 상황과 한국 상황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우리 국민은 현 정권이 최소한 방역하나만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3월 둘째 주를 지나고 있을 즈음의 일이다.

상황이 변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총선을 지나 6월 정도까지 이어졌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방역을 보여주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 인식이 희석됐다. 그 결과 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유권자 선택 기준은 자신의 이익이지,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다. 결국 코로나19가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막아줬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이 검찰 개혁이나 조국 사태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다면 여당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 단언하기는 힘들다. 이는 ‘총선 이후 1년 만에 민심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주장 또한 정확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신 이미지난 총선 이전부터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발생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정권 심판론이 1년 늦게 표현됐다 보는 것이 맞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불공정 문제나 검찰 개혁 같은 문제가 코로나19 에 덮였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생존권이라는 큰 이슈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를 덮는 것은 당연하다. LH 사태 역시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LH 사태는 부동산 문제기도 하지만, 공정에 관한 문제기도 하다. LH 사태는 현 정권의 불공정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보궐선거 참패 원인이 지도부가 개혁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그다지 근거 있어 보이지 않는다. 보궐선거 전후 시점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60%를 넘고 있지만(리얼미터가 4월 5∼9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그 이전까지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을 살펴보면, 부정 평가가 50%를 넘은 적은 대략 4번 정도다. 그중 3번이 이른바 검찰 개혁과 관련 깊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한창일 때 벌어진 이른바 ‘추-윤’ 갈등 당시 대통령 부정평가는 한 달 사이 7%나 올랐다. 또한 지난 2월 여당 내 일각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주장이 나올 때도 대통령 부정 평가는 50%를 넘겼다. ‘개혁’이 미진해 민심이 떠났다 단정할 근거가 미약한 셈이다. 종합하면, 민심은 코로나19와 연관된 생존권 문제와 경제 그리고 부동산같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개혁처럼 민생과 직접적인 관계가 적은 사안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생존권과 부동산 문제같이 개인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은 진영 논리와는 무관한 ‘객관적상황’인 반면, 개혁은 진영에 따라 그 해석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혁의 미진함이 보궐선거 참패원인이라고 주장하면, 이는 여권 열혈 지지자 표만을 바라본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는 야당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선거에서 모처럼 승리하니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중에는 보수 적장자 논쟁도있다. 이번 선거에서의 야당 승리는, 중도층이 야당을 선택한 덕분이다. 대선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당연히 중도층 공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보수 적장자 논쟁을 벌인다면, 이는 개혁의 미진함이 패배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여당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여야 모습을 보노라면, 일반 유권자 관심을 인위적으로 창출하거나 자신 쪽으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여야 모두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대선 화두를 생각해보면, 결국 부동산과 코로나19 백신 문제로 요약된다. 부동산은 정권이 정신 차리고 뭔가 해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경제 정책이 모두 그렇듯 망가지기는 쉬워도 회복은 어렵다. 코로나19 백신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올 11월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모르겠으나,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하면 상당 수준의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그리고 이스라엘, 영국 등이 백신 접종으로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민심 이반은 보궐선거보다 훨 씬 심할 수 있다.

여권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4월 12일 문재인대통령은 “노바백스 백신 2000만회분이 3분기까지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백스는 아직 그 어떤 국가도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았다. 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권이 이 백신을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백신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백신 부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하기 때문에, 정권 스텝이 자꾸 꼬이는 와중이다. 이번 대선 향방은 백신 수급이 결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유다. 국민 입장에서는 백신의 충분한 수급이 곧 ‘개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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