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드러낸 등산화에 꽂힌 '산린이'들..2030 매출 300% 폭증
골프용품은 1분기 매출 1.5배 상승
업계, MZ세대 겨냥 마케팅 본격화
#. 최서현(28·여)씨는 요즘 주말마다 등산을 간다. 이번 주말엔 경기도 삼각산에 올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관·클럽 등을 못가게 돼 친구들과 등산을 시작한 뒤부터 운동을 겸해 즐기게 됐다. 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건 기본. 그는 요즘 또래 산악인 사이에서 유행하는 ‘100대 명산 챌린지’(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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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등산화는 이제 유물"
코로나19 유행 이후 외출과 해외여행이 제한되며 그 대안으로 2030 세대 사이에서 등산·골프 입문자가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산린이’(산+어린이), ‘골린이’(골프+어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특히 산린이나 골린이의 등장에 40~60대 고객이 많았던 아웃도어나 유통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치열한 게 ‘등산화 전쟁’이다.
아웃도어업계가 등산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K2의 류혜진 마케팅차장은 “산행에 나서기 전에 보통 하이킹이나 등산화를 가장 먼저 구매한다"며 "등산화는 이를테면 아웃도어의 마중물 격이기 때문에 각사가 치열하게 신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K2, 블랙야크,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네파 등이 가벼운 무게, 쿠셔닝을 강화한 등산화를 새로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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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중 가장 먼저 사는게 등산화"
그 중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90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등산화는 디자인을 한층 강화한 게 특징이다. 아웃도어업계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기존의 등산화는 이제 유물이 됐다고 보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나이키를 신고 등산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MZ세대가 등산화에도 지갑을 열도록 세련되게 만드는 게 포인트”라며 “산행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가벼운 하이킹화가 주력 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블랙야크는 최근 아이유를 모델로 발탁해 등산화 라인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했다. 다른 회사도 수지(K2), 넉살(코오롱FnC), 고민시(네파) 등 MZ에게 인지도가 높은 모델을 쓰고 있다.
아웃도어업계가 등산화에 들인 공은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K2의 경우 3월 전체 등산화 판매량이 8만족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0% 증가했다. 특히 2030 연령대의 매출 증가율은 300% 늘었다. 코오롱FnC는 1분기(1~3월) 등산화 등 신발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70% 신장했다. 1분기에 2조3800억원대인 아웃도어 시장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가운데서도 등산화 시장만큼은 크게 성장한 것이다.
등산 만큼은 아니지만 골프장에도 2030 유입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4월15일 골프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01%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40대(91%), 20대(87%), 50대(76%) 등의 순이다. 신세계백화점도 1~3월 골프 관련 2030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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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골프인구 약 85만명"
중견 기업에 다니는 정래현(28)씨는 “요가, 필라테스 같은 실내 수업을 할 수 없어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며 “골프채와 의류 등 초기비용만 200만원 넘게 들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담이 커 기본만 갖춰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 약 470만명 중 2030은 85만여명 정도로 나타났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 10명 중 2명이 2030이란 의미다.
레저연은 올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10% 신장한 5조68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웃도어·패션업계는 앞다퉈 골프웨어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홈페이지에 골프 카테고리를 신설했고, 코오롱 FnC와 LF는 올해 들어 남녀 구분없는 유니섹스 골프 라인을 선보였다. LF 관계자는 “골프 지출 부담이 크다보니, 젊은층이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골프웨어를 선호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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