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 단원이 왜 백신 특혜 받아야 하나"

장지영 2021. 4.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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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필) 단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받은 것에 대해 특혜 논란이 거세다.

오스트리아에서 백신 접종은 의료기관과 요양원 종사자, 고위험 환자 등이 우선 접종 대상자이며 나머지는 나이순인 것을 고려할 때 빈필 단원들의 접종은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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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서 빈필 특혜에 비판 거세.. 빈 심포니는 특혜 거부해 대조
빈필 단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받은 것을 보도한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의 기사. ORF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필) 단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받은 것에 대해 특혜 논란이 거세다.

1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에 따르면 빈필 단원 148명 가운데 95명이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오스트리아에서 백신 접종은 의료기관과 요양원 종사자, 고위험 환자 등이 우선 접종 대상자이며 나머지는 나이순인 것을 고려할 때 빈필 단원들의 접종은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특히 빈필 단원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백신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파이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도 부족해서 1차와 2차 간격으로 규정된 3주보다도 늦어지고 있어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1차와 2차 사이의 간격은 10~12주인데, 화이자 1차 접종을 받은 빈필 단원들은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2주 후인 5월 초 2차 접종을 받게 된다.

이번 사태는 일부 빈필 단원이 SNS 등에 접종 사실을 올리면서 비롯됐다. 백신 접종을 담당하고 있는 빈 시 당국은 논란이 일자 “빈필이 국제적으로 해외 방송 등과 협업하는 약속(공연)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접종 우선순위에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빈필은 5월 6일 벨기에 브뤼셀, 7일 프랑스 파리 그리고 9~11 이탈리아 라벤나·피렌체·밀라노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ORF 등 오스트리아 언론은 빈필 이사회가 최근 “빈필이 약속된 연주를 하려면 단원들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힌 이후 시 당국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 당국의 해명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빈필 외에도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공연을 앞뒀다고 해서 우선 접종 대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흔히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교향악단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빈필이 ‘음악의 국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기관이기에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당장 오스트리아 작가협회는 “(빈필을 제외한) 모든 예술가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며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반생산적인 논쟁을 촉발했다”고 시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작가협회 소속 게르하르트 루이스는 ORF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계획에 빈필만 먼저 포함할 것이 아니라 예술 장르 전체를 포함해야 한다”면서 “예술 활동을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겐 즉시 백신 접종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오스트리아 음악계에서 ‘빈필의 라이벌’로 불리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백신 접종과 관련한 특혜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는 내용으로 빈필의 ‘백신 이기주의’와 비교돼 시민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빈 심포니는 성명을 통해 “우리 오케스트라는 빈의 선도적인 예술기관 가운데 하나로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음악이 음식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만큼 우리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디지털에서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시민과 함께 다시 관객 앞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예술이 공동체에 의해 지탱되어 온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예술이 사람들 사이에 격차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가 백신 접종 과정에서 특혜를 거부한 이유이며, 그렇게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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