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으로' 올해도 화물뿐인 항공업계 '울상'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LCC..운임 하락 우려 커진 FSC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해 화물 사업 강화를 통해 이를 대체해야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건이 녹록치는 않아 울상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로도 화물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사업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화물 운송으로 버텨야 것이 현실이다.
연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여객 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올해 회사의 성적표가 화물 운송 실적으로 판가름 날 수 밖에 없는 터라 화물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LCC는 구조적 한계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나마 상황이 나은 FSC마저도 화물 운임 하락세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 LCC, 화물 확대 안간힘에도 뚜렷한 한계로 난관 지속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화물 운송사업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는 하다.
진에어는 국내 LCC 최초로 지난해 10월 B777-200ER 여객기의 좌석을 뜯어 화물전용기로 개조해 운항하는 등 화물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이와함께 일반 여객기 기내 좌석 위에 승객 대신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 방식도 병행하는 등 화물사업 비중 확대를 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호치민 노선을 통해 국제선 기내 화물 운송을 시작한 티웨이항공은 13일부터 인천~하노이 노선으로 늘리며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B737-800 항공기로 79편(왕복)을 운항하며 전자제품 및 부품, 의류, 원단·악세서리 등을 중심으로 총 1100톤의 화물을 수송해 왔는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실적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달 18일부터 인천~호치민간 화물 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인천~하이커우와 인천~타이베이에 이어 취항 화물노선을 3개로 늘렸다. 중국과 타이완 등 중화권에서 베트남으로 지역을 확대하며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화물사업 비중이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던 LCC는 사업 강화를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유기재가 중단거리용이 대부분으로 기체의 크기가 작고 비행거리도 짧아 화물 운송 규모와 운항 노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대형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관련 사업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항공기 안전성 이슈라는 돌발 변수로 화물 운송이 중단되는 악재도 발생하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여객 수요가 늘어나자 지난 2월 화물전용기에 다시 좌석을 설치해 주중에는 카고시트백 방식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주말에는 승객들을 탑승시키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화물 비중로 여객 감소분을 대체할 수 업는 LCC로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2월 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보잉 777 여객기에서 엔진 문제가 불거지면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마저도 중단해야 했다.
국토부가 지난 2월25일부터 문제가 된 PW4000 계열 엔진이 장착된 B777-200 항공기에 대해 국내 영공 통과 및 국내 이착륙 금지 조처를 내리면서 해당 기종으로는 화물과 여객 모두 운송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LCC들은 원래부터 화물 여력이 크지도 않았는데 그마저도 기재와 노선의 한계, 노하우 부족 등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떻게 올해를 버텨나갈지 모르겠다는게 업계의 분위기”라며 현 상황을 전했다.
◆ 화물 운임 하락세 지속으로 설상가상(雪上加霜) 되나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항공사들간 화물운송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후 화물사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근심을 더하고 있다.
화물사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축적된 사업경험을 보유한 FSC들로서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화물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흑자가 유력하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의 흑자 달성은 화물 운송 실적 확대가 위력을 발휘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7조4050억원) 중 화물사업(4조2507억원) 비중이 57%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화물사업 비중이 20%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화물사업 매출도 전년대비 66% 늘어났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3조5599억원) 중 약 60%가 화물사업에 나왔다. 화물사업 매출(2조1432억원)은 전년대비 6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화물 사업의 수익성 하락을 예고하듯 최근들어 항공화물 운임은 뚜렷한 하락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홍콩 TAC 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기준 지난달 평균 화물 운임은 ㎏당 5.48달러로 전년동월(지난해 3월·4.03달러) 대비 약 3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5달러까지 치솟은 후 올 들어 1월(6.43달러)과 2월(5.75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결국 화물 실적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부진한 여객 수요를 화물 운송으로 대체해야 하는 항공사들로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물의 비중이 상당해 여객의 부진을 대체해 가고 있는 FSC로서도 고민되는 대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의 호조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나란히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말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까지는 화물 부문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에는 화물기 공급 확대, 여객기 운항 증가 등으로 화물 수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데일리안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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