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0%' 뚫으면 해볼만..이재명 대항마 제3후보 누구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 제3주자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로 민주당의 대권 주자 모두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1년 가까이 지속한 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가 급속히 허물어지면서 역설적으로 제3주자들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지사는 26%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이 전 대표는 8%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현재 이 지사가 가진 지지율 중 10%포인트가량은 언제든 다른 후보에게 갈 수 있는 유동층”이라며 “여기에 최근 이탈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제3후보가 움직일 공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도 “마의 10%를 뚫기 위한 진영 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의 대안으로 끊임없이 거론돼 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기대가 꺾여가는 것도 다른 주자들에겐 공간으로 읽힐 수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6일 재단 유튜브 방송에 나와 “남의 인생을 장난감 취급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정계 은퇴 선언했던) 그 생각 그대로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다시 선거에 나가거나 정부에서 일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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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돌아온 정세균
지난 16일 자리를 내려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이미 ‘빅3’로 불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주변에 “지금은 조용히 지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움직임은 이미 분주하다. 최근 여의도 용산빌딩에 캠프 구축을 위한 사무실이 마련됐고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 14일 ‘4·7 보궐선거 분석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안규백, 김영주, 이원욱, 김성주, 안호영 등 정세균계를 비롯한 40여 명의 의원이 모였다.
그의 당 복귀는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임기 내내 주력했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4·7 재·보선은 정권 심판론이 뒤덮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가 19일 대정부질문에 나서지 않게 되자 야당에선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때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공직자의 당연한 도리”(황규환 상근부대변인)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에 대한 신의성실을 다하기 위해 이미 한참 전에 대통령에게 재·보선 이후에 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는 게 정 전 총리 측의 설명이다. 그의 한 측근 인사는 “현재로서는 4·19 혁명 행사 외에 정해진 일정이 없다”며 “1년여 전 집필을 마치고 출간을 준비해 온 저서를 내는 것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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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추미애, ‘정책’ 이광재
온화한 이미지의 정 전 총리가 중도·포용·통합 등의 키워드를 연상시키는 주자라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선명성이 무기다. 추 전 장관은 17일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촛불광장의 민주당 대표”였음을 강조하며 “촛불의 간절함과 기도를 잊지 말고 국회는 진실을 밝히길 부탁한다”고 적었다. 4·7 재·보선 참패 후 처음 올린 글이었다.
최근 강성 지지자들과 SNS 소통을 즐긴다는 추 전 장관의 페이스북 자기소개글은 ‘휘어지면서 바람을 이겨내는 대나무보다는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로 살겠습니다!’다. 지난 3월 제주 4·3 평화재단 초청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정국을 구상했다는 둘레길 인근에서 두 시간 넘게 머물며 대선 출마 마음을 굳혔다”는 이야기가 측근들에게서 나오지만, 아직 출마 선언 시기는 미정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극성 지지층이 추 전 장관의 동력이라지만 추·윤 갈등이 지난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어 운신의 폭이 넓진 않다”고 말했다.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연일 정책 차별화를 위한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18일 오전 KBS에 출연해 “원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상위 1%였다. 지금 대략 서울 같은 경우가 16%면 너무 많다”며 종부세 완화를 위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지금 현재 9억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생애 첫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좀 풀어야 한다”며 부동산 민심을 겨냥했다.
그간 신산업·에너지 분야 초점을 둬 온 이 의원은 최근 복지정책을 가다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의원의 한 측근 인사는 “결국 당내 경쟁에선 복지 담론이 1차 전선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에 맞설 복지 담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재·보선에서 “나는 부산의 사위”라며 상대적으로 패색이 짙었던 PK 공략에 집중했다. “선거는 졌지만 이 의원은 부산 지지층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부산 지역 민주당 인사)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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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양승조도 분주
지난 3월 일찌감치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박용진 의원은 빠른 보폭으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는 19일 출간하는 저서『박용진의 정치혁명』에 현재의 징병제를 폐지하고,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해 예비군을 양성하자는 내용 등을 담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지지 공백이 확인된 2030 남성층을 자신의 기반으로 끌어오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승조 충남지사 주변에서도 “내달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지금 일부 지역에서 ‘방역 차별화’로 국가방역체계를 흔들고 있다”며 “방역 대책 근간을 무너뜨리는 ‘제각각 대책’은 안 된다”는라고 썼다.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의회에서 백신 독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올린 글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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