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불러도 안나오던 이성윤..안불렀는데 돌연 檢출석, 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돌연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지검장은 그간 4차례의 소환 통보에도 출석을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앞둔 상황이라 이 지검장이 기소를 늦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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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유력 소식 전해지자 이성윤 "출석해 조사받겠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약 9시간 동안 이 지검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려 직권을 남용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월 이 사건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검찰은 그간 4차례에 걸쳐 소환 통보를 했지만, 이 지검장은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관할해야 한다"며 모두 거부했다. 이에 수사팀은 이 지검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능한 데다 대면조사 없이도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검에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 측은 수사팀의 추가 소환 요청이 없었지만 지난 15일 돌연 출석 의사를 밝혔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 대해 기소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이에 따라 17일 이 지검장에 대한 대면 조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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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외압 행사 안 했다"…수사팀 "일방적 주장"
이 지검장은 이날 A4용지 6페이지 분량의 변호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한 이유와 그간 제기된 의혹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지검장 측은 "수사 및 기소권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의견이 조율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자진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선 "이 지검장 기소 가능성 보도가 나오기 시작해 일단 검찰에서 진상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측은 또 "이 지검장 등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검사들이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 측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이 이뤄질 당시 이 검사장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출금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그다음 날인 3월 23일 반부패강력부 조직범죄과장에게 출금된 경위 등 전날 상황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후, 3월 25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3월 23일 이 지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추인을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위도 모르는데 어떻게 추인을 요구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2019년 7월 4일 전후 안양지청이 출금 관련 의혹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겠다고 보고가 올라왔던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지검장 측은 "7월 3일 검찰총장의 말씀에 따라 안양지청에 출금 관련 의혹 수사상황 확인을 하라고 지시하고, 안양지청으로부터 7월 4일 자 보고서를 받아 총장에게 그대로 보고했다"며 "외압을 가해 수사 중단하도록 했다면 총장에게 보고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은 "수사 대상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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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추천 직전 기소 미루려는 의도"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자진해 검찰에 출석한 배경으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인선을 꼽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를 뽑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그간 이 지검장은 차기 총장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커지며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이 지검장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앞두고 기소를 미루기 위해 막판 뒤집기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총장 인선과 관련해 "유력한 후보가 누구라고 얘기할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대통령께 (후보) 제청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의 뒤늦은 출석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뒷말도 나온다. "본인의 해명을 위해 반부패부장 당시 업무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건 공무상 비밀누설 아니냐", "이 지검장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진작 조사를 받았으면 되는 것 아니었나"라는 얘기다.
강광우·하준호·김민중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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