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한·미동맹 對 미·일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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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일본의 과감한 결단과 능동적 태도가 세계 질서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얄미우면서 부럽기도 하다.
일본의 앞선 태도와 문재인정부의 입장이 한 달여 후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교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부담스럽다.
대만은 중국의 역린이므로 일본은 미·중 수교 전인 1969년 이래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미국의 대중 공세 핵심에 대만 문제가 도출되면서 협력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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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일본의 과감한 결단과 능동적 태도가 세계 질서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얄미우면서 부럽기도 하다. 일본의 앞선 태도와 문재인정부의 입장이 한 달여 후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교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부담스럽다. 문재인정부가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일동맹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세계 질서를 이끌어 가는 핵심 기제가 되고 한·미동맹은 북한 위협 대비에도 엇박자를 내는 주변부 지역동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일 글로벌 동반자’로 명명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등에서 발표된 합의 내용이 너무 많아 현란하지만, 지난 ‘미·일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선포한 협력을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일은 양국 협력을 ‘경쟁과 복원을 위한 동반자’로 명명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국제법, 다자주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 등 가치 외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규합을 위한 한 방편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주창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반자유주의 국가인 중국을 견제한다.
공동성명에 나타난 대중 문제 제기는 신랄하다. 중국이 국제사회 규범에서 벗어나 경제력 등을 활용한 강압을 구사한다고 비판한다.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점유와 홍콩, 신장위구르 자치 지역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지적한다. 일본 내 일부 반발과 비판에도 지난 2+2 미·일 회의에 이어 또다시 대만 문제도 거론했다. 대만은 중국의 역린이므로 일본은 미·중 수교 전인 1969년 이래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미국의 대중 공세 핵심에 대만 문제가 도출되면서 협력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미·일 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깊은 논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경제 분야의 미·일 합의는 구체성을 띤다. 미·일은 5G 네트워크의 보완성과 6G 등 차세대 통신망 사업을 위해 각각 25억,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미·일의 공동 노력은 ‘세계 디지털 연결 파트너십’을 통해 전파하기로 했다. 해석하면 보완성 취약을 이유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고 미·일이 차세대 이동통신의 세계표준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술 규범은) 권위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라면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기술의 공급망 재편도 언급됐다. 코로나19 백신의 생산·개발·보급 등을 위한 협의체인 ‘쿼드 백신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북한에 대해선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표현이 일부 다르나 기본적으로 원칙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유엔 결의안 준수를 요구한다. 북한 문제와 인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도 중시됐다.
미·일이 추진 중인 주요 국제 협력체 중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없다. 대부분이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유다. 문재인정부의 최대치는 지난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밝힌 ‘역내 평화, 안보, 번영 증진’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 반대’ 등 지극히 원론적이고 모호한 입장이 전부다.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은 답을 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일본은 미국과 중요 의제를 공유하고, 같이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가시처럼 걸린다. 한국은?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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