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중 견제 위해 '신밀월' 선언.. 줄타기 외교 한국, 고민 깊어진다

손재호 2021. 4. 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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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일 양국 정상이 대중국 견제에 뜻을 모으며 이른바 '미·일 신밀월 시대'를 열었다.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천명한 미국은 기세를 몰아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도 반중 전선 참여를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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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반중 전선 참여 요구 가능성 커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일 양국 정상이 대중국 견제에 뜻을 모으며 이른바 ‘미·일 신밀월 시대’를 열었다.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천명한 미국은 기세를 몰아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도 반중 전선 참여를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전을 이어온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은 대중국 견제·압박에 방점이 찍혔다. 미·일 양국은 중국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국의 행동이 미치는 충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52년 만에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도 명문화했다.

미국은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정부의 반중 전선 참여를 노골적으로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 국가로 우리를 선택한 것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쿼드 등 미·일이 주도하는 협력체에 우리 정부가 들어올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정부 역시 미국의 이런 요구를 언제까지 모른 척하기는 어렵다. 한·미·일 공조체제에서 제외될 경우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일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우리만 빠진 상황에서 미·일이 동북아 질서 변화를 꾀하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방한 중인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도 현 시점에서 오염수 방출 문제에 미국이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사실상 일본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추진 의사를 밝힌 정부 입장에선 중국 도움 역시 필요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본격화할 경우 우리 외교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 해결은 사실상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으로 우리 외교 입지가 더욱 애매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대중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일본이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하겠다고 밝힌 것의 10분의 1도 하기 어렵다. 미국으로선 더욱 일본을 중시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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