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주체는 하나님.. 생명의 복음 나누는 도구 돼야

2021. 4. 1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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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신학 강좌 <2>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이경직 박찬호 곽인섭 백석대 교수와 방송인 조혜련(오른쪽부터)씨가 지난달 19일 CTS에서 ‘한국교회를 논하다’에 출연해 교회를 살리는 생명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학은 학문입니까. 아닙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저는 45년 전 신학교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신학을 학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신학의 원어는 ‘테올로기아’(theologia)입니다. 기독교에서 신학을 가리키기 위해 가져온 말이지만 원래 그리스어로 신들에 관한 이야기인 ‘신화’나 ‘형이상학적 원리로서의 신을 논하는 학문’이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플라톤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시기 전인 주전 380년쯤 ‘테올로기아’를 ‘신화’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의 범주에 들지 못하던 ‘테올로기아’를 철학의 한 분야로 학문화시킨 것입니다.

신학은 원래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 말씀을 정리한 것이 신학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신학이라는 용어로 사용되는 ‘테올로기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말한다’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라는 의미로 신학을 하게 되면 계시 중심의 신학이 됩니다. 신학의 주체가 하나님이 돼 신학은 영적인 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해 말한다’라는 의미로 신학을 하게 되면 인간 중심적 학문이 됩니다. 이때는 신학의 주체가 인간이 되고 신학은 학문적 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성경의 문화나 역사적 배경이나 문학적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리도 중요합니다. 학문적 방법을 사용해 성경을 깊이 알기 위해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학문적 지식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는 있지만 학문으로는 영혼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영이신 하나님은 인간 학문의 대상이 아닙니다. 창조주이며 영이신 하나님을 피조물인 인간이 정의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문은 어떤 분야를 체계화한 지식을 말하는데 신학은 학문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학문의 주체는 인간인 데 반해 신학의 주체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학문에서는 인간 이성이 진리를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인 데 반해 신학에서는 성경이 우리 신앙과 삶의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서 1장 17절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계시를 통해 알게 해 주실 때에만 우리는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학은 절대로 학문이 아닙니다.

오늘날 교회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신학이 학문이 됐기 때문입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이라는 신학의 본질을 회복하는 신학회복운동이 필요합니다.

초대 교회는 그들의 신앙의 기초를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변증가들이 이교도의 철학에서 나온 학문 방법을 사용하면서 신학이 학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2세기와 13세기 서구의 대학들이 설립되고 발전하면서 신학의 학문화가 가속화됐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에게 신학은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신학의 사변화에 반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회복하기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개혁 5대 표어 가운데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은 교회와 신학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제시된 원리였습니다. ‘오직 성경’은 인간적 해석과 전통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왜곡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인간의 해석과 전통이 모두 성경에 비춰 검토되고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성경만이 우리 신앙과 삶의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도 신학이 학문이 된 데 있습니다. 특히 개신교 신학은 인간 이성을 중시하는 서구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중세 로마 가톨릭 신학처럼 다시 사변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하나님 대신 인간 이성을 절대화하는 17세기 합리주의적 계몽주의는 서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계몽주의는 인간 이성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성경 가운데 하나님 말씀이 아닌 것도 있다고 주장하는 극단적 입장까지 나아갔습니다. 이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단순한 오류를 저지르는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부정하는 큰 죄를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신학이 학문에만 머문다면 절대로 구원을 줄 수 없습니다. 신학을 학문으로만 가르치면 무엇이 문제고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줄 수는 없습니다.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나누는 도구가 돼야 합니다. 신학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역사해야 합니다.

장종현 백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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