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홍성훈 (1) 파이프오르간은 하나님과 인간 연결해주는 통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까지 20개의 파이프오르간을 지었다.
독일에서 국가시험을 통과해 '오르겔바우 마이스터'(파이프오르간 제작 장인)가 된 지 24년 만이다.
하나하나의 파이프오르간에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파이프오르간 하나를 꼽자면 2014년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 지은 '산수화오르겔'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IMF를 겪었지만, 다시 파이프오르간을 만들 수 있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수화오르겔 만들며 주님 뜻 제대로 느껴
한국형 오르간 통해 주님 은혜 전하고 싶어
지금까지 20개의 파이프오르간을 지었다. 독일에서 국가시험을 통과해 ‘오르겔바우 마이스터’(파이프오르간 제작 장인)가 된 지 24년 만이다. 하나하나의 파이프오르간에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파이프오르간 하나를 꼽자면 2014년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 지은 ‘산수화오르겔’이다.
열세 번째 파이프오르간인 산수화오르겔은 내가 54세가 되던 해에 만들었다. 나는 산수화오르겔에 세 개의 산과 능선, 남한강, 곳곳에 앉은 뻐꾸기, 그리고 산 위로 반짝이는 은하수까지 양평의 자연을 그대로 담았다. 시골 교회에 어울리는, 가장 한국적인 소리와 미를 담은 파이프오르간을 짓고자 했다.
완성된 산수화오르겔을 보며 앞선 12개의 악기를 만들었을 때 보다 하나님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더 많이 살아났다. 파이프오르간이란 낯선 악기를 나에게 알려주시고 한국에서 만들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그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파이프오르간의 한국화’라는 꿈이 구체화하는 순간이었다. 김일현 목사는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수화오르겔은 열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 파이프오르간입니다. 홍성훈씨가 생각해왔던 파이프오르간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이 세 부분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86년 독일로 유학 가기 전까지의 27년, 산수화 오르겔을 만들기까지의 27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다.
독일에 가기 전까지 나는 교회는 다녔으나 하나님을 잘 몰랐다. 음악과 사람들 즐겁게하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흥사단에서 우리 문화를 배우고,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을 살았다. 어느 하나에 깊게 마음 붙이지 않고, 내가 주목받고 인기를 얻는 게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독일에 간 후엔 거꾸로 좌절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이 계속됐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IMF를 겪었지만, 다시 파이프오르간을 만들 수 있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성취에 취했을 뿐, 은혜를 쉽게 잊었다. 여전히 내 의만 드러내기 바빴다.
돌이켜보면 앞선 두 부분의 인생은 남은 인생을 사명에 헌신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온 과정이었다. 파이프오르간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악기,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은 존재다. 그런 파이프오르간을 한국에 맞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감동을 전하는 일이 내게 주신 사명이자 선교 그 자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성공한 사람도, 화려한 삶을 산 사람도 아니다. 나를 빛내기 위해 꾸몄던 화려한 수식어를 내려놓고 내 삶을 통해 끊임없이 역사하신 하나님을 말하고자 한다. 나에게 왜 젊은 날 많은 경험을 하게 하셨고, 부족한 나를 사용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시는지 말이다.
약력=1959년 서울 출생, 흥사단 단우, 서울시립가무단 단원, 클라이스 오르겔바우사 도제, 독일 파이프오르간 제작자(오르겔바우 마이스터) 국가시험 합격, 홍성훈오르겔바우 대표.
정리=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