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홍성훈 (1) 파이프오르간은 하나님과 인간 연결해주는 통로

양한주 2021. 4.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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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개의 파이프오르간을 지었다.

독일에서 국가시험을 통과해 '오르겔바우 마이스터'(파이프오르간 제작 장인)가 된 지 24년 만이다.

하나하나의 파이프오르간에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파이프오르간 하나를 꼽자면 2014년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 지은 '산수화오르겔'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IMF를 겪었지만, 다시 파이프오르간을 만들 수 있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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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장인으로 24년간 20개 오르간 만들어
산수화오르겔 만들며 주님 뜻 제대로 느껴
한국형 오르간 통해 주님 은혜 전하고 싶어
홍성훈 파이프오르간 제작 장인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에 설치된 열세 번째 파이프오르간 ‘산수화오르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지금까지 20개의 파이프오르간을 지었다. 독일에서 국가시험을 통과해 ‘오르겔바우 마이스터’(파이프오르간 제작 장인)가 된 지 24년 만이다. 하나하나의 파이프오르간에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파이프오르간 하나를 꼽자면 2014년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 지은 ‘산수화오르겔’이다.

열세 번째 파이프오르간인 산수화오르겔은 내가 54세가 되던 해에 만들었다. 나는 산수화오르겔에 세 개의 산과 능선, 남한강, 곳곳에 앉은 뻐꾸기, 그리고 산 위로 반짝이는 은하수까지 양평의 자연을 그대로 담았다. 시골 교회에 어울리는, 가장 한국적인 소리와 미를 담은 파이프오르간을 짓고자 했다.

완성된 산수화오르겔을 보며 앞선 12개의 악기를 만들었을 때 보다 하나님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더 많이 살아났다. 파이프오르간이란 낯선 악기를 나에게 알려주시고 한국에서 만들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그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파이프오르간의 한국화’라는 꿈이 구체화하는 순간이었다. 김일현 목사는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수화오르겔은 열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 파이프오르간입니다. 홍성훈씨가 생각해왔던 파이프오르간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이 세 부분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86년 독일로 유학 가기 전까지의 27년, 산수화 오르겔을 만들기까지의 27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다.

독일에 가기 전까지 나는 교회는 다녔으나 하나님을 잘 몰랐다. 음악과 사람들 즐겁게하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흥사단에서 우리 문화를 배우고,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을 살았다. 어느 하나에 깊게 마음 붙이지 않고, 내가 주목받고 인기를 얻는 게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독일에 간 후엔 거꾸로 좌절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이 계속됐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IMF를 겪었지만, 다시 파이프오르간을 만들 수 있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성취에 취했을 뿐, 은혜를 쉽게 잊었다. 여전히 내 의만 드러내기 바빴다.

돌이켜보면 앞선 두 부분의 인생은 남은 인생을 사명에 헌신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온 과정이었다. 파이프오르간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악기,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은 존재다. 그런 파이프오르간을 한국에 맞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감동을 전하는 일이 내게 주신 사명이자 선교 그 자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성공한 사람도, 화려한 삶을 산 사람도 아니다. 나를 빛내기 위해 꾸몄던 화려한 수식어를 내려놓고 내 삶을 통해 끊임없이 역사하신 하나님을 말하고자 한다. 나에게 왜 젊은 날 많은 경험을 하게 하셨고, 부족한 나를 사용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시는지 말이다.

약력=1959년 서울 출생, 흥사단 단우, 서울시립가무단 단원, 클라이스 오르겔바우사 도제, 독일 파이프오르간 제작자(오르겔바우 마이스터) 국가시험 합격, 홍성훈오르겔바우 대표.

정리=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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