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한·러 협력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국 될 수 있다
한국 대량생산 능력으로 시너지
바이러스는 게릴라전의 명수이다. 신속하게 변이를 거듭하며 기존 백신을 잽싸게 따돌린다. 환절기 등 천기에 따른 인간 면역력 약화를 활용해 기습적으로 공격한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백신 물량 확보와 함께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신규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은 백신 확보 순위에서 100번째 밖에 밀려나 있다. 백신 물량 확보조차 불안한 상황에서 백신의 혈전 부작용 등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신속한 백신 수급과 부작용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한·러 백신 공동 개발을 추진할 만하다. 러시아는 기초·첨단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응용·상용화 분야에서 뛰어나다. 양국이 공동 연구를 하게 되면 상호 보완을 통해 뛰어난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러시아과학재단의 해외 협력 총책임자 세르게이 코노바로이 박사도 한·러 백신 공동 개발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은 임상 시험 참가 대상 2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스푸트니크V 백신의 효과가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비슷한 수준인 91.6%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와 벡터정부과학연구센터도 자체 백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해 7월 유력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17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대량의 연쇄적 연구는 바이러스의 신속한 변이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백신은 4가지 방식으로 개발이 가능한 데, 이 중 3가지 방식으로 개발한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생명공학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30년까지 생명공학 국가 발전 목표를 설정한 법령을 지난해 7월 발효시켜 예산과 연구 인력 등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러시아의 백신 개발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월등한 장점이 있다. 민간은 백신을 개발할 때 수익성을 고려하는 반면, 국가는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용이하다.
현재 세계는 바이러스와의 3차 대전에 휘말린 상황이다. 따라서 신속한 속도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러시아는 항원·항체 등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1891년에 설립된 가말레야 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만들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우수한 첨단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량 생산 능력이 부족해 현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백신 대량 생산 체제이다. 러시아는 응용 상용화 생산 기술이 강한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러시아는 중국과는 기술 보호 측면에서 협력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독일·일본과도 세계대전 상흔과 영토 분쟁 등으로 협력 관계가 쉽지 않다. 한국은 최근 바이오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확정했고, 첨단 바이오 기술 상용화 면에서는 중국에 앞서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하 한러혁신센터는 한·러 관계 혁신 노하우를 지니고 있고, 생산 기술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 센터가 한국 바이오 업체들을 체계적인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러시아과학재단은 백신 관련 연구소·기관들을 유기적 플랫폼으로 구축하면 양국의 연구·생산·영업 협력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안정적 백신 공급국이 돼 국내에서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안정적으로 접종할 수 있게 된다.
이상희 러시아연방변호사회 고문·전 과학기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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