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삼중수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다. 질량으로 따지면 전체 우주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수소의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로 이뤄진 경수소는 가장 흔한 수소다. 이와 달리 중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다.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두 개다. 자연에서 경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0.015%에 불과하다.
삼중수소는 없어서 못 파는 고가의 물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삼중수소 1g의 가격은 3300만~3500만원 수준이다. 금 1g이 6만2950원(13일 기준)에 거래됐으니 삼중수소가 금보다 524배 비싼 셈이다.
삼중수소가 고가인 건 분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월성 원전에 설치된 삼중수소 제거설비는 초저온 증류법을 사용한다. 수소 동위원소 사이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기술이다. 마이너스 250도로 냉각시켜 증류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중수소는 기체로, 무거운 삼중수소는 액체로 분리 농축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액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초저온 냉매로는 액화 수소 또는 저온 헬륨 가스를 이용한다. (이철언, 『월성 원전 삼중수소 제거 설비』) 이런 과정을 거쳐도 완벽한 삼중수소 분리는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가 고가의 삼중수소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나선 건 천문학적인 분리 비용과 관련이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저장 탱크에 담긴 오염수만 125만t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출을 위해 일찌감치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일본 내 친정부 성향 언론은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현한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열린 미-일 정상회담 직전에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발표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일본인 사무총장이 10년간 이끈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경제성이 인접국 국민의 건강과 환경 불안감보다 우선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재판소 결정을 무시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인접국 설득과 연대를 통해 무단 방류를 막는 게 정공법이다. 한국식 압박축구의 위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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