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우리 20 하고 싶은 거 다 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기원전 수메르 점토판(로제타석)에도 새겨져 있다는 얘기는 유명한 루머다. 사실 로제타석은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왕이 사제에게 베푼 은혜에 감사하는 글귀가 적혀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젊은것들’이 못마땅한 어르신의 한탄 모두가 루머일리는 없다. 그리스의 고전 ‘일리아스’에는 “고대의 장수는 혼자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는 두 명이 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온다. 동양도 매한가지다. 한비자 ‘오두’ 편에는 “지금 덜떨어진 젊은이가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 모른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원래 어른이 볼 때 ‘젊은이’는 미흡하기 그지없어 반자동으로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가 튀어나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시대의 진리란 소리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다. 특히 20대에게 가혹하다.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후반 n86 세대는 당시 나를 포함한 젊은 20대를 ‘개XX’라고 불렀다. 이게 무슨 이론까지 돼 ‘20대 개XX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경향이 심해 욕먹어 마땅하다는 내용이었다. 독재에 맞서며 학교 수업 따위 가뿐히 즈려 밟던 어른들이 보기에 당시 20대는 투표도 하지 않으면서 지나친 경쟁사회에 매몰돼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릴 뿐이었다.
요즘 다시 보면 당시 20대가 욕먹었던 이유는 단순히 정치적 무관심 때문은 아니었던 듯하다. 4·7 재·보궐선거를 치르며 20대는 과거보다 높은 정치 참여도를 보였다. 나아가 어른들이 이룩한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과거 욕먹던 이유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으니 칭찬이 돌아올 법도 한데 “4050보다 역사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무시하더니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욕하다가 급기야 “얼굴 잘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보러 오거든 반드시 떨어뜨리자”는 협박까지 날아왔다.
이런 협박과 무시를 일삼는 어른이 사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할 만큼 관용적인 분이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부디 ‘우리 이니’에게 가졌던 따뜻한 마음의 절반이라도 ‘우리 이십(20대)이’에게 주면 어떨까 싶다. 20대에겐 내가 개XX론에 싸잡혀 욕먹던 시절, 젊은이에게 용기를 주던 유명한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이 말을 한 사람도 지금은 20대보다 40대에게 더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며 젊은이를 잊은 듯해 민망하긴 하지만 어쨌든 전해본다. 20대여 “쫄지마 XX. 그리고 우리 20(이십)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태윤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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