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다라 매커널티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민들레는 내가 세상으로부터 나 자신을 닫아거는 방식을 생각나게 한다. 무언가를 보거나 느끼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면 비웃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괴롭힘, 욕설과 모욕이 내가 느끼는 강력한 기쁨과 흥분과 열정에 와서 박힌다. 몇 년 동안 나는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만 간직해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과 말이 세상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 비 내리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떨어지는 구름의 부스러기들이 내 혓바닥에 닿았다.
다라 매커널티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아일랜드의 환경운동가이자 15살 자폐 소년의 일기다. 과학자인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온 가족이 자폐 스펙트럼으로, 아일랜드 산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 “다라는 한 단락도 제대로 써내지 못할 것”이라는 학교 교사들의 예측과 달리 그의 글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문장으로 빛난다.
“봄은 우리 내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 만물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계절이니 인간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 무척이나 뚜렷하고 생생하게 기억나는 봄이 있다. 집 밖의 색에 매료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바깥에 있던 모든 것들이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면서 나에게 소리를 좀 들어 보라고 관심을 보여 달라고 애원했다. 세상이 다차원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떤 환경생태 책보다 여운이 짙다. 서문 등에서 다라는 “제가 경험한 괴롭힘은 자연 세계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종의 소멸과도 관련 있습니다. 자연은 나의 원천이자 추진력”이라고 썼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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