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만든 '멍멍코인' 머스크가 쓰다듬자 올해만 6000% 폭등
머스크 "달 향해 짓는 도지" 트윗 뒤
국내 일 거래대금 17조, 코스피 추월
결제되는 곳 없는데 무제한 발행
"묻지마 투기, 거품 터질 것" 경고
미국의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올해 초(0.47센트)와 비교하면 가격이 6000% 가까이 치솟은 도지코인이다. ‘묻지마 투자’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미국의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도지코인의 가격은 18일 오후 4시40분 기준으로 개당 28.83센트에 거래됐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8.64% 하락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6.33센트)과 비교하면 300% 넘게 상승했다.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한때 52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코인데스크는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영국과 프랑스의 대형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440억 달러)나 로이드(420억 달러)·크레디아그리콜(430억 달러) 등과 비교해도 비싸다”고 전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18일 오후 4시40분 기준으로 개당 384원에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4.92% 올랐다. 지난 16일엔 도지코인의 거래대금이 약 17조원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피 거래대금(15조5421억원)보다 많았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지난 14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게 암호화폐의 전반적인 상승 분위기를 부추겼다. 특히 도지코인 가격이 치솟은 데는 ‘머스크 효과’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부터 “(도지코인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고 불렀다. 지난 13일에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머스크에게 “코인베이스가 도지코인을 (거래 대상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머스크는 “그렇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45종 이상을 거래하고 있지만 도지코인은 포함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머스크의 말대로 코인베이스에서 도지코인을 거래할 수 있으면 가격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다.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지난 14일 머스크는 트위터에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 개’ 그림을 올렸다. 머스크는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글도 남겼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달은 암호화폐 가격 급등, 개는 도지코인을 가리키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머스크는 지난 1일 자신이 경영하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도지코인이 스페이스X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IBM과 어도비 출신의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들었다. 두 사람은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재미 삼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도지코인의 이미지는 일본 시바견의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영상)에서 따왔다. 도지는 영어권에서 개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다.
현재 결제수단으로 도지코인을 받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제한적이지만 결제수단으로도 활용하는 비트코인과 비교된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쟁글은 도지코인에 대해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밈 코인”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도 뚜렷하지 않다”고 전했다. 도지코인은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다. 채굴량이 한정돼 ‘디지털 금’이란 말까지 듣는 비트코인의 길을 도지코인이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다.
영국 투자업체 프리트레이드의 데이비드 킴벌리 연구원은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도지코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투자하는 게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 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더 큰 바보 이론’ 행동이 이어진다면 결국 거품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 업체 캐슬벤처의 닉 카터 창업자는 “전형적인 투기 상품인 도지코인에 투자한 개인들은 돈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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