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출근길 마스크 벗었다..이스라엘 382일만의 자유
노마스크 수만명 주말에 해변 만끽
초·중·고 모든 학년 등교수업 재개
국민 62% 접종, 하루 확진 44명 불과
접종률 50% 넘자 감염 하락세 뚜렷
"마스크 탈출 유일한 나라" 자부심
최근 인도발 변이 유입 당국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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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18일(현지시간) 오전 8시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신시가지 주택가인 모세 샤미르 거리. 아파트 5층 발코니에서 바깥 거리를 내려다보니 주민들이 출근하느라 분주하다. 1시간 동안 20여 명의 주민이 지나갔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 일부가 썼거나 턱에 걸쳤다. 교민 장상엽씨는 “아직 불안한 마음에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모세 샤미르 거리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센트럴버스 환승 승강장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따라 안식일 외박 후 부대에 복귀하는 군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일요일은 한국으로 치면 월요일이다. 한 주가 시작된다. 승강장의 출근길 시민과 군인 수백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곳을 다녀온 이강근 전 이스라엘 한인회장이 이렇게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국내 일간지 최초로 지난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는 현장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하기 위해서다. 외국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없어진 건 아니어서 14일간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 9일째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10일로 줄어든다. 취재진은 자가격리 숙소에서 보이는 장면, 현지 교민의 전언 등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모습을 전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방역수칙을 해제했다. 지난 15일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마스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수단이지만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일 코로나19가 불붙을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정확히 382일 만이다. 시민들은 1년여간의 긴 터널 끝에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초기 방역 대응 실패로 위기에 몰렸던 이스라엘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졌다.
학생들 “친구 봐서 좋다” 재래시장 상인 “노인들 많이 올 것”
현재 누적 감염자는 83만6926명이고, 이 중 6334명이 숨졌다. 17일 신규 확진자는 44명에 불과했다(월드오미터).
상황을 반전시킨 건 백신이었다. 현재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57.3%(2차 접종자 기준, 1차 접종자는 61.7%)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했고, 이제 실외에서 아예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백신 접종 후 감염지표는 꾸준히 개선됐다. 접종률 50%를 넘어서면서 뚜렷한 감염 하락세가 이어졌다. 1월 중순 하루 1만 명이 넘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급감했고, 전체 검사 수 대비 감염률은 0.3~0.5%대에 불과하다.
유대인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유월절 연휴가 끝난 지도 2주가 지났지만 감염자가 확산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연휴 때는 보통 인구 이동량이 늘어 확진자가 증가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걱정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73번째 독립기념일인 15일에는 해변 등 주요 관광지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휴일을 만끽했다고 한다. ‘I방역’(이스라엘 방역)의 현주소다.
학교도 1년 만에 정상화됐다. 1~12학년 전 학년의 등교수업이 실시됐다. 현지 언론 에디오트 아하로노트는 한국의 고1에 해당하는 10학년생의 인터뷰를 통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 학생은 “이제 마스크 안녕이다, 무엇보다 친구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들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앞서 센트럴 버스 승강장에서도 시민들은 버스에 오르기 직전 마스크를 꺼내 썼다고 한다. 확진자가 줄면서 중간을 비우고 창가 쪽 자리만 앉던 거리두기는 사라졌다. 또 다른 대중교통인 트램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재래시장은 탈마스크 정책의 영향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마카네예후다 재래시장의 상인 요시는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 편하고 자유롭다”며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위험군인 노인들이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세계에서 마스크 없이 다니는 유일한 나라” “우리가 코로나19 극복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변화는 이뿐이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음 달 23일부터 하늘길을 좀 더 열기로 했다. 일단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인이 입국하려면 당국의 까다로운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재진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았다.
다만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시작된 탈마스크 정책 이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 유입이 확인되면서다. 나흐만 아쉬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는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밀폐되고 붐비는 장소에 갈 때마다 써야 한다”며 “인도 변종(바이러스)이 확인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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