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급하지 않다"던 기모란 발탁에 의료계 우려 확산

이에스더 2021. 4.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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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획관, 방역·백신접종 업무 총괄
의협·백신학회 "문 정부에 편향적
비과학적·정치적 발언 잦아" 비판
윤희숙 "국민을 혹세무민한 분"
정은경(左), 기모란(右)

청와대에 신설된 방역기획관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한 데 대해 의료계와 정부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백신 공급난이 심각한 와중에 청와대에 전문적 식견을 더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힘을 빼는 ‘옥상옥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백신 접종 업무를 총괄한다. 기모란 기획관은 예방의학 전문가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2월 생활방역(0단계)과 1·2·3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초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질병청에 권한을 다 내주지 않는 복지부, 또 뒷짐지고 있다가 책임만 질병청에 떠넘기는 다른 부처 등의 문제로 질병청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며 “방역기획관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이런 부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질병청과 소통하면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하는 방역기획관은 진작 있었어야 한다”면서도 기 기획관 발탁에 대해선 “대단히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 교수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와 원칙에 의해 방역 정책을 조언한 게 아니라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만 만들어냈다”며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잘한 건 잘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 해야 하는데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매번 비밀리에 자문단 회의를 했다면서 명단 공개도 하지 않는데, 그게 무슨 자문회의냐”며 “다른 나라는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전문가들도 발언 공개를 전제로 소신 있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선 기 기획관이 코로나 사태 내내 했던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으로 반발이 심하다. 청와대가 질병청에 단 한 번도 방역·백신 관련 전권을 쥐여준 적도 없으면서 방역기획관을 그 위에 앉혔기 때문에 결국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도 걱정스러운 반응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정은경 청장과 질병청에 대한 불신임과 경고로 여기고 있다”며 “질병청 의견을 제대로 들어준 적도 없는데 책임만 묻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당은 기 기획관의 남편이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양산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사실을 짚으며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기 기획관에 대해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 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일반 국민을 혹세무민했고, 바로 그 백신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일갈했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신 급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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