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합의 이룬 LG-SK 배터리 분쟁, 역사 들여다보니
[김진수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빌딩(오른쪽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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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2년만에 매듭지었다.
지난 2019년 LG는 SK가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ITC가 LG의 손을 들어줬다. 준사법기관인 ITC의 판결에 따라 SK는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수입·생산이 전면 금지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SK가 LG에 합의금 2조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모든 소송절차가 마무리됐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LG-SK 배터리 분쟁 끝... 참으로 다행").
인재유출서 시작된 분쟁.... 특허침해까지
LG와 SK의 분쟁은 2017년 '인재유출' 문제로 시작됐다. LG는 SK가 핵심인력을 빼내어 영업비밀을 가로챘다며 전직금지 가처분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SK는 경력직 공개채용을 통한 자발적인 이직일 뿐 기술 유출은 없었다며 맞섰다. 2년 만에 100여 명의 인력이 SK로 빠져나가자 2019년 LG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미국 ITC는 관세 조정, 수입제한조치 등을 대통령에게 권고하고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의무화돼 있다. LG는 SK의 미국 사업에 제재를 가하고자 ITC에 제소했고, 금전적 손해배상을 위해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LG는 국내에서도 산업기술 유출을 이유로 SK를 고소했고, SK는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맞대응했다. 이어 양사는 각각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지난 2월 ITC는 SK의 영업비밀침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해 '미국 내 배터리 수입·생산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양사가 합의하거나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의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는 아직 없다. 배상금 합의는 LG 측이 3조 원 이상, SK 측은 1조 원을 고수하며 결렬됐다.
이후 SK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LG는 이를 막기 위해 로비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정치 반응센터(CRP)'에 따르면 지난해 SK는 65만 달러(약 7억2천만원), LG는 53만2천 달러(약 6억2천만 원)를 로비자금으로 투입했다고 한다. SK가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일자리 2600개를 잃게 된다고 호소하자 LG는 공장을 인수할 의지를 보이며 견제했다. 분쟁은 조지아주 정치권과 자동차 업체들의 압박까지 더해져 조지아주 고용 문제로 번져갔다.
마침내 11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양사의 합의가 성사됐다. 미국 정부의 압력과 한국 정부의 중재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일자리 감소 문제와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로 정치적 부담을 느껴 양사에 합의를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 개월간 미 행정부 관리들이 SK와 LG 대표단과 만나 합의를 중재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들에 투자를 요청하는 등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LG와 SK의 분쟁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최선책은 양사가 합의하는 것이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를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사의 지적재산권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SK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이 계속돼 미국의 전기차 생산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번 합의로 LG와 SK는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2일 양사 최고경영자들은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사업 성장 의지를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은 "지난 30여 년 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역시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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