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우습구나 내 인생'과 '누추한 방'

김삼웅 2021. 4. 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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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삶은 기구했다.

 방은 사방 열 자  남쪽으로 문을 두 개 내니 낮이면 햇볕 들어 밝고 따뜻하네 집이라야 덩그러니 네 벽뿐이지만 책은 온갖 종류 그득하거늘 겨우 쇠코잠방이 하나 걸치고 사는 건 탁문군의 짝과 같지 차 한 잔 따라 놓고 향 하나 피우고 한가로이 지내며 천지와 고금을 살피네 남들은 누추한 집이라며 누추해 살 수 없다지만 내 보기엔 여기가 청도요 옥부라네 마음도 몸도 편안하니 그 누가 누추하다 하는지? 내가 누추하게 여기는 건 몸과 이름이 썩어 사라지는 것 원헌은 가난해서 쑥대 엮어 문 만들고 도연명은 작은 방에 벽뿐이었지만 군자가 사는 곳에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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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회] 그의 삶은 기구했다

[김삼웅 기자]

 
▲ 교산시비 허균의 문학정신을 기려서 세운 비
ⓒ 최원석
 
그의 삶은 기구했다.

아직 '최후의 순간'을 맞기 전이지만, 우여곡절ㆍ간난신고ㆍ만고풍상을 마흔 살을 전후하여 이미 겪었다. 그래서 지은 시가 「우습구나 내 인생」이란 자화상이고 「누추한 방」이다.

      우습구나 내 인생

 어려서 재주 있다는 명성 안고 
 환한 진주처럼 서울을
 헛된 영화 좇다 내 운명 기박해지고 
 미친 행동으로 경멸당했네 
 천상의 옥나무는 바람 앞에서 빛나고 
 신선의 이슬은 마른 뒤에 맑다지 
 사시사철 쌀 마련하는 일에 묶인 채
 내 고향 동쪽 바다로 돌아갈 꿈 꾸네.

 봉황의 깃털처럼 빛나는 문장으로
 조정에서 비단 도포 빼앗았지
 순욱의 향기 옷에 가득 
 낙하서생의 노래를 운치 있게 읊조렸네 
 반악처럼 귤이 쏟아졌고 
 동방삭처럼 복숭아를 훔쳐 먹었네
 하지만 지금은 귀밑에 하얀 가을 서리 내려
 병들어 사직서 내고 문을 굳게 닫았네. (주석 9)

  
 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
ⓒ 나무위키
 
       누추한 방 

 방은 사방 열 자 
 남쪽으로 문을 두 개 내니
 낮이면 햇볕 들어
 밝고 따뜻하네
 집이라야 덩그러니 네 벽뿐이지만
 책은 온갖 종류 그득하거늘
 겨우 쇠코잠방이 하나 걸치고 사는 건
 탁문군의 짝과 같지
 차 한 잔 따라 놓고
 향 하나 피우고
 한가로이 지내며
 천지와 고금을 살피네
 남들은 누추한 집이라며
 누추해 살 수 없다지만
 내 보기엔 여기가
 청도요 옥부라네
 마음도 몸도 편안하니
 그 누가 누추하다 하는지?
 내가 누추하게 여기는 건
 몸과 이름이 썩어 사라지는 것
 원헌은 가난해서 쑥대 엮어 문 만들고
 도연명은 작은 방에 벽뿐이었지만
 군자가 사는 곳에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주석 10)

주석
9> 정길수, 앞의 책, 66~67쪽.
10> 앞의 책, 179~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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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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