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법원에 "국내 日정부 재산 알려달라"
올 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법원에 “한국 내 일본 자산의 현황을 알려달라”는 신청을 냈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위자료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하기 위한 예비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의 원고는 일본 정부에 대한 국내 재산 명시 신청서를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는 “원고들이 한국 내 압류 가능한 일본국(國) 소유 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워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중앙지법 민사51단독에 배정됐다.
앞서 원고들은 올해 1월 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배소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정곤)는 “위안부 피해는 일본 제국에 의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일본 정부가 국제 강행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1억원과 지연 이자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번 소송에 응하지 않았고, 항소도 하지 않아 이 판결은 같은 달 23일 확정됐다. 일본 정부가 위자료를 자발적으로 지급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만큼 소송은 강제집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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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산 강제집행 수순…화치재단 기금 압류 검토
다만 실제로 압류 가능한 일본 정부 재산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일본 대사관 등 실물 자산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상 압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협약 제22조등에 “공관 지역 내 재산은 차압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공관 지역 내 재산’은 공관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ㆍ토지와 내부 물품 등을 모두 포함한다.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 정부가 화해ㆍ치유재단에 건넨 10억엔(약 103억원)을 압류하는 방안도 원고들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2018년 말 화치재단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금 처리 문제 때문에 청산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103억원 가운데 47억원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됐고, 56억원가량이 남아있다. 이 잔금을 국고에 귀속할지, 일본에 반환할지를 최종 결정하면 청산이 완료된다고 한다. 반면 이 기금이 현재는 화치재단의 자산으로 잡혀 있어 ‘일본 정부의 자산(채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위자료를 받아내는 절차와 별도로 법원은 소송 비용을 일본 측에 부담할 수 없다는 추심결정을 지난 달 추가로 낸 상태다. 지난달 30일 일본 측에 공시 송달로 이 같은 취지의 통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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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추가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 선고
지금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김강원 변호사가 맡은 배춘희 할머니 등의 소송은 승소로 결론이 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상희 변호사가 이끄는 또 다른 소송은 오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민성철) 심리로 진행돼 왔다.
지난달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국가면제 쪽에 손을 들어준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등을 뒤집을 논리를 재차 확인했다. 당초 올해 1월 13일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판결 선고 닷새 전 다른 재판부(민사34부)에서 인용 결정이 있었던 뒤 재판부는 변론 일정을 한 차례 더 연 뒤 결정을 하기로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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