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 당하는 줄 알았는데..보이스피싱 피해 의외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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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광고’ 속아 2900만원 피해
대전에 사는 A씨(46)는 지난 3월 중순 ‘OO은행 대출광고’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떨어져 자금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OO은행에서 보낸 대출 광고인 줄 알고 전화를 건 A씨는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담원은 A씨에게 “생활자금 대출이 가능한데 기존 대출 신청 내역이 있어 새롭게 대출 신청을 하려면 금융법 위반”이라며 “(채권추심)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으로 돈을 건네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채권 추심 직원”이라며 자신을 찾아온 남성에게 3차례에 걸쳐 2900만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OO은행 대출은 물론 채권 추심 직원 모두 가짜였다.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환 대출(기존 대출의 금리가 높은 경우 금리가 낮은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받는 방식)이나 저금리 대출을 빙자해 돈을 가로채는 전화금융 사기(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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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문 범죄단체로 지능화
보이스피싱 범죄 초기에는 금융정보에 취약하고 미디어(신문·방송)를 접하기 어려운 노년층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는 범행 수법도 단순해 대부분 “세상 물정이 어두운 사람들이나 당하는 범죄”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전산팀과 텔레마케터팀, 시나리오팀, 통장모집팀 등 역할을 분담하는 전문 범죄단체로 지능화하고 있어서다. 수법 역시 I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 대출을 금리가 낮은 정부지원자금(생활자금)으로 전환해주겠다며 접근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1014건 중 50대가 257건(25.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235건(23.2%)에 달해 40~50대가 전체 피해의 절반에 가까운 48.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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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1건당 2700만원 피해
올해 들어서도 1~3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276건 가운데 50대가 79건(28.6%), 40대가 62건(22.5%)으로 두 연령대 피해자가 51.1%에 달했다. 20대도 64건(23.2%)으로 40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과거 보이스피싱 범행 대상이었던 60~70대는 각각 42건(15.2%), 8건(2.9%)으로 크게 낮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40~50대 피해자들은 금액이 큰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을 통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올해 1~3월 보이스피싱 1건당 피해 금액은 평균 2700만원으로 67.3%를 차지했다. 지난해 62.5%보다 4.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20대는 평균 1351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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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금리대출 저금리 전환 권유 다수
경찰은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 등을 요구할 때는 가족이나 지인 등의 전화를 이용 관련 금융회사나 금융감독원 콜센터(1322)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출금 상환은 본인 명의 또는 금융회사 명의 계좌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이나 개인 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경찰청 신승주 수사2계장은 “최근에는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거액의 돈거래가 많은 40~50대의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알면서도 당하는 게 보이스피싱인데 다음은 내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기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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