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3주도 못버텼다"..야당이 윤석열 입당 믿는 구석

허진 2021. 4. 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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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대한민국 대선의 역사에서 돈 걱정 안 하던 대선 주자는 정주영 회장 부자밖에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로 갈 것이냐,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이냐를 놓고 대화를 나누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했던 말이다. 1992년과 2002년 대선에 각각 나섰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정몽준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정도의 재력가는 돼야 돈 걱정 없이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모든 대선 후보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야권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뒤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제1야당의 힘이 확인된 이유도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돈 문제가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기대도 섞여 있다.

이런 목소리는 지도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에 나오면) 일주일에 1000만원 가까이 든다”며 “그런 것을 윤석열 전 총장이 잘 안다면 끝까지 제3지대로 남아서 가는 상황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부자여서 자기 돈을 쓸 수 있지 않으면” 대선을 치르기 위해 큰 정당의 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 윤 전 총장 이전에 제3지대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돈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을 했지만 20일 만인 2월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입국 나흘 만에 기자들과 만나 “캠프 사무실을 사비로 얻었고, 운전기사와 비서, 교통비까지 모두 내 돈으로 한다”며 금전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출마 선언 뒤 정치권에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데 대해 가족 내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선거 비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구수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한다. 2012년 560억원, 2017년 51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내년 3·9 대선은 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는 최대 10%다. 정치자금법은 대선 후보 후원회와 대선 경선 후보 후원회가 각각 선거 비용 제한액의 5%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다. 선거 비용 상한선을 5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경선과 본선에서 각각 25억원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내년 대선 선거 비용 상한 500억 안팎 전망

나머지는 말 그대로 ‘알아서’ 구해야 한다. 큰 정당의 후보는 경선 고비를 넘기면 본선에서는 소속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쓰거나 금융권에서 빚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버팀목이 없는 무소속은 개인이 빚을 져야 한다. 지난 대선 ‘문재인 펀드’처럼 최근에는 대선 후보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정치 자금 펀드를 만들어 돈을 빌려 쓴 뒤 선거가 끝나면 되돌려주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계산은 공식적인 선거 비용만 따지는 경우다. 정치권에선 장부에 남길 수 없는 돈도 매우 크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영수증 처리 없이 후보를 돕기 위해 알아서 쓰는 돈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영수증 처리 안 하는 돈도 많아 계산도 어려워”

그렇다고 윤석열 전 총장이 가난한 사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69억97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서초동 집(13억500만원)을 제외하면 53억4547만원이 예금이었다. 그 중 본인 명의 예금은 2억2030만원이었고 나머지 51억2517만원은 배우자 명의였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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