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정당' 이미지 국민의힘.. 오신환 "극복 방법은"
[이영광 기자]
6년 만의 승리. 새누리당이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보수정당은 2021년 재보궐선거까지 괄목할만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할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이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오신환 전 의원을 전화로 연결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 국회사진취재단 |
-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어요. 재보선 전후로 많은 게 달라졌을 것 같은데.
"선거가 장시간에 걸친 여행이나 출장이라고 한다면 오랜 여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회복하는 과정에 있고요. 그저 선거 승리만 생각하면서 달려왔는데 이제는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 6년 만에 이겼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승리의 기쁨도 물론 너무나 소중한 것이지만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민심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어요.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 이후 불과 1년 만에 서울시민들께서 국민의힘을 지지해주셨습니다. 저희 국민의힘이나 오세훈 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서 심판하고 또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책임을 묻는 선거 의미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과정들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선거였습니다."
- 그럼 유권자는 민주당 혼내기 위해 민주당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양당체제에서 집권당이 잘못하면 제1야당에 쏠림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죠. 그러나 야당을 지지하더라도 온전히 신뢰해서 지지하는 것과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어서 지지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후자라고 보고 국민의힘이 시험지 한 장을 받아들었다고 생각해요. 이 시험지를 잘 채우지 못하면 1년 뒤에는 민심의 그 화살이 다시 야당을 향할 수도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그럼 이번 승리로 국민의힘이 과거 박근혜 탄핵의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보나요?
"탄핵과 재보궐선거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17년 탄핵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서 보수정치는 국민들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오히려 그런 의미보다는 지금 문재인 정부 4년 차에서의 여러 부동산 정책이나, 이 정부가 가진 위선과 무능 이런 심판의 성격이 더 컸다고 봅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박원순 전 시장 오거든 전시장에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보궐선거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시민들께서 더욱 더 잘 이해하고 있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경선 탈락 후 선대 위원장 맡으셔서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결과 나왔을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아요. 물론 당이 승리해서 기쁘겠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자였으니 배 아픈 것도 있었지 않았을까 해요(웃음).
"사실 배가 아픈 시점은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이 되고 지지율이 폭등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경선 과정에서 제가 후보로 되면 이런 격변이 있을 것이다, 말씀드렸는데 오세훈 후보가 그 주인공이 됐죠. 그래서 그땐 잠시 배가 아프기도 했는데 금세 잊어버렸어요."
-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20, 30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았잖아요. 아무래도 그동안 20, 3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던 게 사실이라 국민의힘은 고무적일 거 같아요.
"물론 20, 30대가 이번에 오세훈 후보를 큰 폭으로 지지해 줬다는 것은 저희로서는 무척 고무적이고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그것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민심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세대들이 가진 현실의 문제 그리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더욱더 공감하고 그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가는 정당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선거는 중도층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죠. 그런데 이번 만큼은 20, 30대 젊은층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고 봅니다."
- 선거 결과에 대해 일각에선 '자기 욕망에 투표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선거라는 게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고 정치가 자기의 삶을 어떻게 바꿔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단순히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요.
국민의 삶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심판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건 국민의 삶을 지키고 또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정치 세력이 선택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욕망이라는 그 용어 자체가 저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지역정당 극복' 말한 초선의원들... 용기 있었다"
- 선거 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과와 반성을 했어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선거 결과에 대해서 반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거죠. 다만 그것이 말로만의 사과가 아니라 국정 쇄신과 정책 기조에 대해서 변화를 가져와야겠죠. 근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1년 남은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와 여러 가지 조세 정책 등 전반적으로 지금의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 정책 기조에 대해 본인들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정책 기조를 바꿀 용기가 있느냐인데 제가 볼 때는 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정책 기조를 바꾸는 등)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다행인데, 지금 4년 동안의 문재인 정부를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미 당내에서도 목소리가 다르게 나오잖아요. 위선과 이중성 대한 문제,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해서 일부 초선들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소위 '문빠'(강성 지지자)라는 다른 세력에서는 문자폭탄으로 응징하고 또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요.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실천해 나가느냐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며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계파 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팀이 되겠다'고 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나요?
"저는 이번에 초선 의원들이 용기를 냈다고 생각하고요. 국민의힘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예로 이번에 20대들이 60대 이상 어르신들보다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했습니다. 이것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공고한 지지 현상으로 만들려면 청년들이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는 당으로 바꿔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초선들이 필요한 지적을 했다고 생각해요."
- 초선 의원들이 했던 주장 중에 '지역 정당의 한계 극복'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역정당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특정 지역에 일부 지지 기반을 둘 순 있겠으나 전적으로 지역당으로 전락하게 되면 결국엔 집권 세력이 되긴 어렵겠죠. 그러니 반드시 그런 부분들은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특히 수도권 민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수도권에 전체 인구 50% 이상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을 둬야겠죠.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했잖아요. 수도권 민심을 회복하지 못하면 저는 정권교체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선들이 어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정당으로 전락 되면 안 된다는 의미를 얘기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 국민의힘에겐 '꼰대정당' '부자정당'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극복 가능하다고 보나요?
"저는 그게 혁신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류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잖아요. 전국단위 선거에서 네 차례 걸쳐 국민적 심판을 받은 야당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과거의 보수정치 하고도 차별화된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적인 노력이 쌓이면 결과적으로 당의 이미지도 쇄신될 것이라 봅니다."
▲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오신환 경선 후보자가 기호추첨을 마친 뒤 자신의 사진 위에 서명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 지난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양당 통합으로 더 큰 2번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드렸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치러질 텐데, 그 전당대회가 통합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선거 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을 향해 건방지다고 하자 국민의당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전과자라고 반박했어요. 감정의 골이 있는 상태에서 통합이 가능할까요?
"합당은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과 약속한 것입니다. 저는 국민의당이 무조건 우리 당에 들어와서 세력 합치자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당이 더욱 더 변화하고 쇄신하는 과정에서 더 큰 야권 세력을 만들기 위해선 야권의 재편, 특히 쇄신과 함께 일어날 수 있는 야권통합에 대한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죠. 그래서 저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절차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당이 개별입당을 원하는 거 같고, 국민의당은 일대일 합당을 해야 한다는 거 같은데...
"저는 그런 부분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모습에 안주해 개별입당이나 흡수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기득권 중심의 생각이라고 보고요. 우리 당이 더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통합이나 합당의 방식의 문제는 얼마든 협의하며 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전제돼야 하는 것은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을 그냥 이대로 둔 상태에서 무조건 (국민의당에)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그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 곧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출마를 고민하고 있나요?
"저는 제가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를 한다기보다도... 그런 걸 다 떠나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당이 변화하고 쇄신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그런 방향에 맞춰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과거로 회귀하는 전당대회가 돼선 안 되고, 미래로 나아가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는 확신 속에서 혁신 지도부가 들어서게 하기 위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 국회 원구성을 다시 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원구성 협상이 처음에 결렬된 것은 그동안 국회가 가졌던 관례를 깨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야당의 권한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잖아요. 저는 민주당이 정치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가진다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협상력을 키웠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오세훈은 민생-방역 다 잡을 수 있을까?... "지켜봐주시죠"
- 오세훈 시장 당선 후 행보를 보면 코로나19 방역에서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 같아요. 경제와 방역 다 잡겠다는 거죠. 확진자가 감소하면 공으로 돌아갈 텐데 늘어날 경우 오롯이 오 시장 책임으로 돌아갈 것 같거든요. 방역은 이념 문제가 아닌 텐데 오세훈 시장의 독자행보, 어떻게 보나요?
"그동안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무조건 영업금지 그리고 밤엔 영업제한 등의 방식으로 책상머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극단적으로 확산된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뉴욕 같은 경우도 지역별 유동인구나 업종별 확진자 수 같은 마이크로 데이터를 가지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업종별·지역별 방역 단계에 차등을 두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이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죠. 그냥 일반적이고 통일된 시간이나 숫자로 규제해서 지금처럼 억압적인 방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K-방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 시장도 나름 고민한 방법이 있을 테니까요."
- 정부 정책에 '묻지마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보나요?
"물론이죠. 정부 정책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게 아닙니다. 너무 오랜시간 우리 국민들이 정부 방침에 다 수긍하고 따랐잖아요. 그런데 피해가 막심하고 오히려 극단적인 생계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지금 길거리 나앉을 상황에 봉착해 있어요. 정부는 손실보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방치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 방침에 따랐던 자영업자 중소상공인들은 그냥 굶어 죽으라는 건가요? 코로나 이후 삶이 피폐해진 상황에 대해 정부가 너무 무책임했다는 거죠. 순순히 잘 따르고 거기에 응했던 자영업자 중소상공인들의 피해에 대해선 즉시 손실보상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 오 시장은 민생과 코로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둘 다 놓칠 수도 있잖아요? 이 부분 어떻게 보나요?
"앞으로 지켜봐 주시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은 실패했습니다. 전면적 확산에 대해 잘 대응하고 막아왔다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결국 백신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코로나 종식 시기를 앞당기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건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만 가고 민생도 실패한 것입니다. 백신 확보 실패로 정부가 약속한 집단면역 시기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방역에 대비해야 합니다.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제 국민들께 좀 더 고통을 참아달라고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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