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 vs "오또케 오또케" 극단 치닫는 男女 젠더 갈등
'오조오억년', '허버허버'..'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 채용공고까지
전문가 "혐오 깊어지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허버허버', '오또케 오또케' 등 단어를 써가며 남녀를 비하하는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두 단어의 어원과 무관하게 이미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것으로 쓰이는 만큼 젠더 갈등은 물론 우리 사회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에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라는 지원자격을 내걸어 논란이 일었다. 구인 공고에는 '오또케 오또케'라는 표현이 담겼다. '오또케 오또케'는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만 반복해 말하면서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를 본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오또케 오또케'라고 적은 것은 명백한 여성 비하 의도다"라며 채용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대놓고 차별 아닌가요,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네요"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공고는 16일 삭제됐다. 본사 측은 점주가 개별적으로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런가 하면 '오조오억년'이라는 단어가 남성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방송인 하하가 '남성 비하' 단어를 사용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하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자막 중 일부가 남성 비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게재된 영상에서 하하는 구독자 10만을 돌파해 실버버튼을 받는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하하는 아들 드림 군을 안으며 "아빠 실버버튼 나왔어. 너와 언박싱 해 보고 싶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자막에는 '오조오억년 만에 온 실버버튼'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오조오억년이 무슨 뜻인지 알고 사용하는 거냐", "남혐 단어다. 편집자는 빨리 수정하라" 등 비난이 쏟아졌다.
'오조오억'은 '아주 많다'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에게 한 팬이 '십 점 만점에 오조오억점'이라고 칭찬한 글이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팬덤에서 '오조오억점', '오조오억년' 말이 쓰였다.
반면 '워마드' 등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의 정자 수를 비하하는 의미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하는 해당 영상에 대한 설전이 이어지자 아들과 함께 출연한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뜨거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허버허버'도 남성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튜버 '고기남자'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스페어립 바베큐'에 대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남녀 갈등이 격화하면서 해당 문구가 문제가 됐다.
'남혐'이란 지적에 고기남자는 "어지간히들 하세요. 대 혐오의 시대"라며 "바쁜 인생살이에 시간도 넘치는구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의 댓글은 지속해서 올라왔고 고기남자는 결국 입장문을 올려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허겁지겁 먹는 걸 나름 위트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리속에 나온 단어를 썼던 것"이라며 "당시 그게 그런 용어로 쓰인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밈을 정확히 알고 써야 하는 유튜버로서 신중치 못한 단어 선택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논란 직후 99만에 육박하던 고기남자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85만 명으로 떨어졌다.
유튜브 서울대공원 TV 또한 '허버허버'를 사용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4월의 동물로 선정된 '킹카쥬'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영상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삽입됐고, 남성 혐오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서울대공원 측은 "논란되는 표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언어임을 반영해 영상을 즉시 삭제하겠다"며 "이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카카오에서는 '허버허버'라고 쓰여진 캐릭터 이모티콘이 출시했다가 반감을 샀고 결국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카카오 측은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자와 협의를 통해 판매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성별에 따른 박탈감이 혐오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같은 상황이 심화하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20대의 남자의 경우 취업난이라든지 군대, 이런 것을 통해서 옛날 기성세대 남성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박탈감이 있을 것 같다. 여성 같은 경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두려움이 많이 있다. 또 요즘에 페미니즘 같은 것들에 대해 교육이 많이 되고 훨씬 더 관심이 많아지면서 둘의 의견 차가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녀 혐오 갈등이) 이게 계속되고 과도하게 비난하고 과도하게 행동한다면 사람들이 잘 듣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성은 필요 없어, 남자 필요 없어, 여자 필요 없어' 이렇게 무용론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걱정된다. 극단적인 것에 따라, 때에 따라서 상대방을 향한, 상대 성을 향한 범죄라든지 이렇게 치달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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