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인베이스 상장이 쏘아올린 가상화폐 '축포'..열풍 이어갈까

김수환 2021. 4. 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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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 상장 흥행.."가상화폐의 주류 편입 알리는 계기"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이끈 가상화폐 투자 열풍
여전히 심한 가격 변동성과 불법 거래에 활용될 여지도 있어
NYT "가상화폐가 단지 돈 보관 수단 이상이라는 점 증명해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한 때 범죄자와 투자자들의 투기 수단으로 불렸던 가상화폐, 이제 주류 시장에 편입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날, 뉴욕타임스(NYT)는 코인베이스 상장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코인베이스는 이날 주가 328달러로 장을 마감해 총 858억달러(약 96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이는 코인베이스가 상장하기 전 장외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평가받은 자산가치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며 에어비엔비(820억달러)와 페이스북(630억달러)이 상장했을 당시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가상화폐 지지자들도 그동안 주장해왔던 가상화폐의 잠재력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터스크벤처파트너스의 브래들리 터스크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가상화폐가 이제 현실의 영역에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며 "코인베이스 상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또, 투자자들은 코인베이스 상장을 계기로 가상화폐 직접 투자에 경계심이 있는 투자자들의 불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았고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투자 안전성도 보장됐다는 것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자라크 조반푸트라 퓨처퍼펙트벤처스 창업자는 코인베이스 상장과 관련해 "전통 테크 기업과 금융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라며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신뢰도 확보 노력과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이끈 가상화폐 투자 열풍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창업자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지난 2009년 비트코인 출시 이후 지금까지의 가상화폐 역사는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코인베이스 창업자들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코인베이스 측은 우선적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의 유력 벤처캐피털인 Y콤비네이터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엔드리센호로비츠캐피털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엔드리센호로비츠캐피털은 주로 성장주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로서 지금까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등에 투자해 IPO 흥행을 이뤄낸 곳이다. 코인베이스는 이처럼 검증된 기관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또, 코인베이스는 주류 시장이 가상화폐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데 나서기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활용될 수 있도록 유통업체와 협력을 추진했다. 코인베이스 창업 초창기인 2013년에 회사에 합류한 닉 토마이노는 "비트코인으로 온라인 가구유통업체 오버스탁에서 매트리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신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보다 확장된 기능을 탑재한 또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출시도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첫 출시된 이더리움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했으며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모금을 위한 펀딩을 생성하거나 자체 보안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확장된 기능으로 다양한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이더리움을 이용한 펀드 상품이나 이더리움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도 대폭 늘어났다.

주요 가상화폐 로고의 모습. 왼쪽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모네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 정부가 시행한 대규모 양적 완화 조치는 지금의 가상화폐 열풍 시작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으로 시중의 자금 유동성이 대폭 늘어나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보게 됐고 시장의 자금도 가상화폐로 몰리게 됐다.

이에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700%가량 급등했으며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올 초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미국의 유력 전자결제업체 스퀘어가 각각 15억달러, 1억70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으며 지난 3월에는 모건스탠리가 일부 고객에 한해 비트코인 펀드 판매를 개시했다. 또, 미국 플로리다주 최대 도시 마이애미시는 시민들이 지방세를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 정부가 직접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2월 밝혔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가상화폐가 단지 돈을 보관하는 수단 그 이상이라는 점 증명해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상화폐가 중앙기관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 불법 거래에 쓰일 여지가 크고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심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가상화폐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올 초 미 상원에서의 인준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이 대부분 (무기 구매와 마약 거래 등) 불법 거래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위법 행위를 억제할 방법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비트코인 가격 폭락을 추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15일 '허라이즌스 ETF'가 출시한 '베타프로 인버스 비트코인 ETF'가 토론토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며 북미 지역 첫 비트코인 인버스 ETF의 등장을 알렸다.

2018년 가상화폐 대폭락도 가상화폐의 불안정성이 버블 우려를 만들어냈고 이에 투자자들이 '패닉 매도'(공포심에 따른 급격한 매도)를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코인베이스 측도 "가상화폐 자산의 불안정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NYT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해 실제 화폐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터스크 벤처캐피털리스트 역시 "비트코인이 어느 수준으로 올라갈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완전히 편입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가상화폐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가상화폐 기술이 단지 돈을 보관하는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토마이노는 "현재 가상화폐 열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년 후나 당장 내일이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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