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당이 졌는데..정의당·열린민주가 칼날에 섰다
“문재인 정부가 자기 자신에게 참패한 선거다. 하지만 탄핵세력이 얻은 득표가 그들의 우위를 드러내는 건 아니다.”
4·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지난 8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대표단 회의에서 한 말이다. 여 대표는 “선거과정과 결과는 70년 양당 정치가 빚어낸 불행”이라며 “기득권 양당 정치에 맞서 변화와 희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이었다.
정의당은 진보정당(기본소득당·진보당·미래당) 후보들과 지난 2일 ‘반기득권 정치동맹’을 외치며 손을 잡았다. 선거일 직전(지난 6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선거 지원 경험을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자 “선거가 급해도 고인을 선거판에 소환하는 건 멈춰달라”(이동영 수석대변인)며 선을 그었다. 과거 큰 선거 때면 늘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도모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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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시선에서 사라져” 정의당의 고민
정의당의 ‘민주당 거리 두기’는 성공했을까. 4·7 서울시장 보선에서 송명숙 진보당·신지혜 기본소득당·오태양 미래당 전 후보가 얻은 득표율 합산은 0.86%에 불과했다. 총선 직전 서울 지역 정의당 지지율 5.2%(중앙일보·입소스, 3월 30~31일)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지층의 표는 지도부가 정한 길에 호응하지 않았다. ‘반기득권 정치동맹’은 거대 양당간 치열한 선거전 앞에 무력했다.
선거 후 정의당 내부엔 오히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유권자들에게 정의당이 잊혀지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내내 지도부는 노조 방문, 부동산 투기 근절 위한 정책 발표 등 독자 행보를 계속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강원도에 사는 한 정의당원은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이후 당이 갈 길을 잃은 느낌”이라며 “비전도 인물도 세우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 1년도 남지 않은 대선 전망도 밝지 않다. 대선주자로 심상정·이정미 전 대표가 거론되지만 당내에서조차 “참신하지 못해서 유권자 지지를 얻기 힘들 수 있다”(한 당직자)는 주장이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 박사)은 “유권자들의 제3정당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정의당이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노동계와 여성·청년계의 내부갈등을 조율해내고 어젠다를 논리 있게 풀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이재명 경기지사 등 반기득권 이미지의 주자들과 차별된 전략을 펴지 못하면 유권자 시선에서 갈수록 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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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에 갇힌 열린민주당
재·보선 국면으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로 통과한 열린민주당의 존재감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선거과정에선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 후보였던 우상호 의원 등이 통합을 주장했지만 선거 후 민주당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 중진의원의 보좌관은 “당내 친문들도 쇄신론에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친문·친조국이 전부인 당과 합치자는 이야기를 꺼내겠냐”고 반문했다.
당내에선 자성론도 나오지만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진애 전 의원(전 서울시장 후보)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린민주당도 절박하게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특정 팬덤 위주가 아닌,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넓히고 보통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최강욱 대표와 정봉주 전 의원 등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당내 사유화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나 친문·친조국 성향이 절대 다수인 당원들 사이에선 ‘친문 결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주당이 못하는 검찰·언론개혁을 우리가 이끌어야 한다”거나 “민주당이 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부인하면 열린민주당이 영입하자”는 등의 주장들이 대다수다. 열린민주당 인사는 “이달 말 지도부 워크숍을 통해 당의 향후 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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