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하나로 두 개 번호 쓰는 'e심'..국내서만 무용지물, 왜?

권유진 2021. 4.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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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작아지는 유심칩(왼쪽부터 차례로 3개)과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e심(맨 오른쪽) [사진 도이치텔레콤]


애플 아이폰11을 사용하는 A씨는 최근 3개월가량 사용하던 eSIM(e심) 서비스를 해지했다. 과거 해외에 체류하며 e심을 유용하게 썼던 터라 국내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기대했으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e심에서 Vo LTE(LTE망을 이용한 음성통화)가 지원되지 않고, 데이터 사용 속도도 느려진 것 같아 결국 해지했다”며 “국내에서도 e심 서비스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2018년부터 지원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e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프라 구축이 더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뿐 아니라 새로 나오는 휴대전화에도 e심이 탑재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일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이라며 “e심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스마트기기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아이폰의 경우 2018년에 출시된 아이폰XS 모델부터 나노 유심(USIM)과 e심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 부터 e심 기능을 탑재했다. 다만 국내 출시 모델에는 e심 기능이 빠졌다.

2018년 아이폰 시리즈 중 최초로 e심이 탑재된 아이폰XS [사진 애플]


e심은 내장형(Embedded) 심카드를 말한다. 사용자가 따로 구입해 휴대전화에 꽂아서 사용하는 유심과 달리 출시할 때부터 스마트폰 보드에 내장돼 있다. 유심은 가입자를 식별하는 인증 모듈로, 고유의 사용자 정보를 칩에 보관하고 있어 유심칩을 단말기에 끼우면 해당 전화번호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다.

e심은 쉽게 말하면 유심의 또 다른 버전이다. 내장된 e심 모듈에 번호를 등록하는 방식인데, 이용자 정보를 통신사에서 직접 스마트 기기에 내려받아 설치하기만 하면 개통이 끝난다.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할 때도 칩을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업체는 하나뿐
국내에서도 e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하고 싶거나 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사용자들이 늘면서다. 이통사에도 쓰던 기계에 번호를 하나 더 추가하는 부가서비스가 있지만, 이는 정식 번호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유저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원래 쓰던 번호를 노출하기 싫을 때 쓰는 용도로 e심을 개통하고 싶다”, “업무용과 일상용 번호를 구분해서 쓰고 싶은데 e심은 어떻냐”는 얘기가 활발히 오간다.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듀얼심’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이용하면 심 하나당 각각 통신사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데이터는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회선은 이통사의 저렴한 요금제로 유지해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해외에서 현지 이통사 요금제를 이용할 때도 유심을 바꿔 끼우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e심 인프라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휴대전화용 e심 요금제를 내놓은 곳은 알뜰폰 업체인 티플러스 한 곳뿐이다. 이통3사는 스마트워치의 셀룰러 모델 등에만 e심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이통3사에서 휴대전화 e심을 사용하는 ‘꼼수’도 공유되고 있다.


이통사는 도대체 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점이 크지만 이를 두고 이통3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일단 e심을 도입할 경우 유심칩 판매 수익을 잃게 된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유심칩의 가격은 7700원 정도지만 실제 원가는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번호 이동 경쟁이 심화해 ARPU(가입자당 매출)가 악화할 우려도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 유심칩을 발급받아 갈아 끼울 필요가 없이 등록만 새로 하면 되기 때문에 번호이동 절차가 간편해진다. 이통사 관계자는 “아직 제도적, 기술적 검토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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