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은 7점 덜받는다? 수능 '이과침공' 진실은 [팩트체크]

문현경 2021. 4.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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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는 수학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시험을 치른다. 지난달 25일 치른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바뀐 수능 체제에 따른 첫 모의고사였다. 15일 발표된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와 이과가 수학 시험을 같이 치를 경우 문과생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깊어졌다.

수학 선택과목별 응시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능은 문·이과 구분을 없앴지만 고교에서는 예전과 같은 문·이과 구분이 사실상 남아있다. 주로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문과, 미적분을 선택하는 학생이 이과로 구분된다. 바뀐 수능에서 학생들은 수학 30문제 중 22문제는 모두 같은 공통문제를 풀고, 나머지 8문제는 선택한 과목(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에 따라 다른 문제를 푼다.

국어·수학·영어 원점수 평균 및 표준편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3월 학력평가 수학 등급컷(원점수)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 1등급 88점, 2등급 76점으로, 미적분 선택의 경우는 1등급 80점 2등급 69점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미적분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입시에서 반영되는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똑같이 만점을 받았다고 해도 확률과통계 선택자는 표준점수가 150점, 미적분 선택자는 157점이다. 최상위권 학생은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미적분을 주로 선택하는 이과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된다는 것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에서도 올해 수능에서는 문과가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과연 수능과 입시에서 문과생들은 얼마나 불리해질까. 팩트체크해봤다.

수학 선택과목의 난이도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시험 결과를 보면 대체로 문과생들이 수능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문과 학생들은 종전(지난해 수학 나형)과 비교해 0.5~1등급 정도 밀리거나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50명 중 3명만이 문과”라면서 “이과 학생의 경우 예전 3등급 받던 자원이 1등급이 됐다”고 했다. 대체로 수학을 잘하면 이과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수능에서는 이과와 문과가 같은 수학과목 내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의 표준점수 체제는 각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어려운 과목을 고른 수험생의 표준점수를 높여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미적분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점수를 상향 조정하기 때문에, 확률과통계 과목을 선택한 인문계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인문계생들의 경우 최종 표준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은 물론 등급 취득에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문과생이 예전보다 수학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될 경우, 입시에서도 불리해질까. 우선 수시모집에서는 어느 정도 불리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들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한다.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은 상당히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올해 고려대 학생부종합전형(인문계)는 '국·수·영·탐(2과목) 합계 7등급'이 조건이다. 예를 들어 수학이 3등급이라면 나머지가 모두 1등급이어야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문과생들이 수학에서 불리하다는 건 이미 예상했던 것인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한상무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논산 대건고 진로진학부장)는 “수시에서 문과 학생들이 불리할 수 있다.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선택과목을 요구하지 않아 문과나 이과나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교차지원'이 가능한 학과에서는 어떨까. 바뀐 수능에서는 이과생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계열 학과는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탐구 성적을 요구하며 문과에 칸막이를 둔 곳이 많지만 인문계열에서는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은 곳이 많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강대 등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하는 대학서는 이과 학생들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유석용 서라벌고 교사도 “원래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경영대도 괜찮겠다 싶은 경우나 문·이과 구분 없는 교대에 지원할 경우 등에서 이과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이과의 문과 침공’이다.

하지만 이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 입시때 문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유 교사는 “문과로 교차 지원하려는 이과 학생의 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능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시에서도 문과는 불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유불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이과생이 많지 않기때문에 정시는 결국 문과생끼리의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입시에서는 약학대학 선발 인원이 추가돼 의대·치대·한의대까지 합치면 모집정원이 6000명 가까이 되는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이 굳이 문과로 지원할 이유는 없다”면서 “수학은 모든 문과 학생들에게 다 어려운 상황이라 유·불리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준 보성고 진로진학상담교사도 “정시는 문과끼리 경쟁하는 것이다 보니 문과가 수학에서 불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민희·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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