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보] 드디어 마스크 벗었다, 이스라엘은 야외파티중
'팬데믹 탈출' 이스라엘을 가다 [1보]
17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 플라이두바이 항공기(FZ1163편)에서 내린 입국자 등은 수하물을 찾은 뒤 공항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공항 1층 코로나19 검사장으로 향했다. 접수는 간단했다. 여권과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주면, 창구에서 ‘체크 2 플라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준다.
체크 2 플라이는 RT-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사이트다. PCR 검사 결과까지는 하루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때까지 양성인지 음성인지 모르지만, 공항 밖으로 내보내 준다. 세계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이라 가능한 조치다. 한국의 경우 공항·항만 내에서 코로나19 판정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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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거쳐 17일 이스라엘 도착
중앙일보 취재진은 이날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국내 일간지 중 처음이다. 세계 접종 1위 이스라엘이 코로나 이후 사회를 준비하는 현장 등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스라엘의 관문인 공항에서 자가 격리 장소까지의 여정을 소개한다.
7개 부스에 페이드실드 등 방역 장비를 갖춘 검역관들이 앉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벌였다. 출발지에서 이미 탑승 72시간 전 PCR 검사상 ‘음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도 예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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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결과 나오기 전 공항 밖 내보내 줘
검역관은 입과 코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경우 각각의 면봉으로 코, 입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한 면봉으로 입→코 순서로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양쪽 콧구멍에도 모두 면봉을 넣는 것이다. 검사를 마치면 주황 형광의 종이 팔찌를 채워 준다. 혹시나 검사를 받지 않고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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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기간도 14일→10일 단축 가능
이스라엘의 자가 격리 기간도 14일이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해 계산된 날짜다. 한국과 같다. 다만 이스라엘은 입국 9일째 PCR 검사를 한 번 더 받는다. 이후 음성판정이 나오면, 격리 기간을 10일로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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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패스 없는 외국인 호텔예약 불가능
취재진은 코디의 SUV차량을 타고 공항에서 57㎞쯤 떨어진 예루살렘 피스갓제브로 향했다. 자가격리 숙소가 있는 시내다. 차량 운전·조수석과 뒷좌석 사이는 비닐막이 쳐져 있었다. 마스크를 썼지만 혹시나 비말(침방울)이 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자가격리 숙소로 아파트를 단기 임차했다.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패스’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 호텔을 예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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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탈 마스크' 선언
이스라엘은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방역수칙을 해제한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15일 “마스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수단이지만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탈(脫) 마스크 선언이다.
해제 하루 전이지만 차창으로 본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오히려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가 더 어려웠다. 간사케르 공원에선 연인, 가족끼리 안식일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바베큐 파티도 한창이었다. 코와 입을 단단히 가린 뒤에야 외출에 나서는 한국의 도심 풍경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거리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5인 이상 사적 모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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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후에도 신규 환자 34명
18일은 유대인들의 명절인 유월절 연휴가 끝난 지 2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6일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명으로 집계됐다. 인구의 이동량이 늘어나는 연휴 이후 2주가 다 됐지만 신규 확진자가 50명 밑이다.
이틀 전은 이스라엘의 ‘73주년 독립기념일’이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변 등 주요 관광지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휴일을 만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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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감염 재생산지수
이스라엘은 지난해 초기 방역 대응 실패로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졌다. 15일 기준 83만6590명이 감염됐고 6312명이 숨졌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백신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조기에 화이자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접종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접종이 시작한 이후 4개월여 만에 전체 인구의 61.7%가 1차 접종을, 57.3%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부터 5차례에 걸쳐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했고 이제 실외에서 아예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감염지표는 꾸준히 개선됐다. 접종률이 50%를 넘어서면서 뚜렷한 감염 하락세가 이어졌다. 1월 중순 하루 1만 명이 넘었던 일일 신규확진자 수는 최근 100∼2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전체 검사 수 대비 감염률은 0.3∼0.5%대를 나타낸다.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환자는 3200여 명, 이 가운데 중증 환자는 221명이다.
현지인들은 “백신의 힘”이라고 말한다. 한 이스라엘 교민은 “한국은 제때 백신을 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음 달 23일부터 하늘길을 좀 더 열기로 했다. 일단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이러스의 해외유입을 우려로 자국민이나 거주민 외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단 외국인이 입국하려면, 출입국 관리 당국의 까다로운 특별 입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재진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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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과 대비
이번 관광 재개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안팎의 기대가 크다. 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3만2000여 명에 그쳤다. 2019년 455만여 명에 비하면 반의 반 토막도 안된다. 자연히 업계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오리트 파르카시 하코헨 관광부 장관은 “하늘길을 열어야 관광업계가 진정으로 부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코로나19 4차 유행 초입에 들어서고, ‘백신 보릿고개’ 등을 겪는 사이 백신 접종 선두 이스라엘은 서서히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텔아비브·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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