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아빠 어제 졌지?" 한선수 불태운 딸 친구의 한 마디

이동환 2021. 4. 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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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효주네 반 친구가 '너희 아빠 어제 우리카드한테 졌지?'라고 했다더라고요."

대한항공의 세터이자 주장 한선수가 마지막 힘까지 짜내 2007-2008시즌 입단한 뒤 숙원이었던 첫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데엔 딸 한효주(8)양이 들은 한 마디가 큰 자극이 됐다.

대한항공은 2010-2011시즌 처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 올랐지만 삼성화재에 4연패 당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우승을 이끈 한선수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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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효주양 한 마디에 승부욕 불 태워
2007-2008시즌 이후 첫 통합우승 이끌어
역대 포스트시즌 통산 최초 세트성공 2000개 달성도
토스하는 한선수. 한국배구연맹 제공


“(딸) 효주네 반 친구가 ‘너희 아빠 어제 우리카드한테 졌지?’라고 했다더라고요.”

대한항공의 세터이자 주장 한선수가 마지막 힘까지 짜내 2007-2008시즌 입단한 뒤 숙원이었던 첫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데엔 딸 한효주(8)양이 들은 한 마디가 큰 자극이 됐다.

한선수는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승리를 이끈 뒤 기자들과 만나 “딸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인데,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니 아빠로서 처음 힘든 감정을 느꼈다”며 “이런 기분은 아닌 것 같다, 지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챔프전에서 우리카드를 만나 예상 외로 크게 고전했다. 1차전과 3차전에선 0대 3으로 대패하며 시리즈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통합우승 길목에서 수차례 좌절했던 대한항공의 역사가 반복되는 듯 했다. 대한항공은 2010-2011시즌 처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 올랐지만 삼성화재에 4연패 당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2016-2017, 2018-2019시즌에도 역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일격을 당했다. 2017-2018시즌엔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규리그는 3위에 머물렀다.

2007-2008시즌 입단 이후 쭉 대한항공에서 활약해온 한선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함께해 왔다. 그리고 4전 5기의 도전 끝에 결국 국내 최고의 세터이자 주장으로서 팀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5차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을 기어코 견뎌내고서다. 딸 효주양도 이날 관중석에서 아빠의 우승 모습을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선수들 독려하는 한선수(가운데).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선수는 “과거 챔프전 우승 땐 저희가 간당간당하게 올라왔기에 마음을 비우고 할 수 있었다”며 “이번엔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당연히 (챔프전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쟤네 우승 못 해’란 말도 많이 들려 중압감이 왔다. 선수들 모두가 그걸 이겨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우승의 공로는 어린 후배들에게 돌렸다. 그는 “5차전이 되고서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계속 힘들다보니 견뎌내야 하는데, 나이 어린 선수들에겐 중압감이 더 크게 온다”며 “(오)은렬이가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중압감 버티고 형들 잘 따라와 통합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승한 뒤 기뻐하는 한선수(가운데). 한국배구연맹 제공


하지만 대한항공의 우승에 한선수의 공로가 컸던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외인 라이트 비예나가 교체되고 센터 김규민이 군 입대하는 변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진했다. 라이트 자리엔 임동혁이 크게 성장했고, 센터진엔 진지위나 조재영이 잘 버텨줬다. 한선수의 능수능란한 볼 배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날 마지막 5차전에서 한선수는 역대 포스트시즌 통산 최초로 세트성공 2000개를 달성하는 유의미한 기록도 세웠다. 한선수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마음을 내려놓고 애들을 돕자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뛰어가서 올려주자 생각하고 끝까지 뛰었다”며 “올 시즌 팀에 한 점 한 점 끈기 있게 버텨서 승리를 가져가는 힘이 생겼고, 그 힘이 챔프전에서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을 이끈 한선수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다. 그는 “저의 행방은 아직까지 모르겠고, 우승을 만끽하고 난 뒤 회사와 얘기해볼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가고 싶은 팀을 묻자 그는 “가고 싶은 팀이라기 보단 저의 생각과 맞는 팀, 제가 뛸 수 있는 곳이라면 상관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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